매일신문

성지를 찾아서(16)-비슬산 도성암

신라의 선승 도성(道成)과 관기(觀機)가 구도의 의지를 불태운 비슬산 도성암.대구에서 구마고속도로를 따라 달리기를 수십여분, 현풍IC로 빠져나와 다시 대구방면으로 향하다보면 유가사 이정표가 나타난다.

도로앞으로 장광스런 풍채를 드러내는 비슬산. 산꼭대기 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길은 봄의 길목에서 빛바래지 않는 흠모의 정을 북돋운다.

이리저리 굽은 길을 따라 정처없이 올라가면 한켠에 자리잡은 유가사에 잠시들러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곧추뻗은 팍팍한 고갯길을 힘겹게 오르기를 수십분. 오르막길을 등반하는 차량도 힘에겨워 불안한 소음을 몇번이나 뱉어내고서야 도성암지척에 당도한다.

정상을 눈앞에 둔 도성암은 공부하는 법당답게 정적과 고요가 경내를 감싸고 돈다. 산아래 펼쳐지는 정경이 호랑이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만한 호연지기를 기를 법하다. 거센 산바람이 대웅전추녀끝 풍경을 울리고 이내 은은한 울림은 침묵속으로 빠져들어 버리고 만다.

수도승들이 암자 한켠에 장작패며 열심히 사는 모습이 하도 보기좋아 카메라에 담다 사진찍히기를 싫어하는 스님에게 혼찌검을 당하고도 그 정경의 감칠맛이 그대로 전해오는 도성암. 참다운절맛이 절로 우러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도성과 관기는 이곳에서 은거하여 참선의 길을 걸었다. 이들 두 스님은 이곳도성암과 십여리 떨어진 곳에 각각 수도처를 정하고 공부에 정진했으나 밤이면 서로 만나 성불의그날을 확신하며 상대방을 격려하곤 했다.

오랜 정진 끝에 도성이 성불했다는 도성바위가 암자 위편에 자리잡고 있다.〈柳承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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