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구치소 청문회결산

"한계드러낸 '소문난 말잔치'"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서울구치소청문회가 15일로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6일부터는 장소를국회로 옮기게 된다. 7일간 12명의 증인을 출석시켜 벌인 구치소청문회의 성과를 이야기하자면한마디로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였다.

이 기간동안 가장 중요한 증인인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 정보근한보그룹회장, 김종국전재정본부장등 한보측 증인과 홍인길의원,그리고 정재철 권노갑의원 등을 출석시켜 신문을 벌였으나 쏟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은 것은 거의 없었다.

비록 5월2일 정태수총회장을 재소환한다고 해도 14일 재판에 임하는 자세로 볼 때 그의 자물통입에서 더 나올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또 오는 25일 김영삼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증인으로 나서고 이어 그를 도운것으로 알려진 박태중씨와 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 그리고 김씨의 국정개입의혹을 폭로한 박경식원장 등도 나서게 되지만 한보사건 자체보다는 국정개입 의혹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따라서 한보사건의 실체규명에는 실패할 것이 확실시된다.

결국 구치소청문회는 부도덕하고 부실한 기업의 뒷막음을 위해 권력과 기업 그리고 은행이 거액의 뇌물을 매개로 연결돼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었다는 심증은 충분히 갖게 하면서도 구체적인 물증제시가 없어 말잔치와 주장, 소문의 홍수만 이루었을 뿐이었다.

다만 소득이 있었다면 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거액대출이 일반인들과는달리 상당히 손쉽게 이뤄져왔고 권력의 입김이 미칠 경우, 더욱 정도가 심해진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 정도다.그리고 이 결과 인사권의 독립을 통한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절감했다는 점 또한 소득이라면 소득일 것이다.

현행 국정감사와 조사에 관한 법률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것 또한 일보전진으로 평가할 수 있다.왜냐하면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과 관련해 구속수감중인 증인들을 상대로 한 국정조사가 현행법상무의미함을 입증했기때문이다. 때문에 여야 각 정당은 일제히 전문가의 조력과 사법권부여 처벌규정강화 면책특권 부여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국정조사에 관한 법규정의 개정과 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한편 여야 정치권이 모두 관련됐고 현정권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활동이 명백한 한계가 있음도 일주일간의 청문회는 여실히 입증했다. 한보사건의 실체규명이라는 본질보다는 여야의원들이 소속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며 상대당 흠집내기에 열을 올림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일을더욱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신한국당소속특위위원 두 사람이 당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의 한계성을 지적하며 사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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