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건축.
인간의 심지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전통건축 설계전문가 이기승씨(40). 그는 고건축을 통해 종교와 삶, 의식을 표현한다. 그의 작업주제는 인간이 자연과 교감하고 동일시되는 한국적인 건물을 담아내는 것.
"건축은 무기물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라 역사와 인생을 반추하는 살아있는 거울"이라고 건축관을 말하는 이씨.
이때문에 구조물은 물론 건물색채 조경까지 치밀하게 고심하는 그의 작업을 보노라면 인간적인면모가 물씬 배어 나온다.
그는 고건축설계 자격을 취득한지 3년 남짓하지만 퇴옹당 성철대사 사리탑, 구미 남화사, 크고 작은 재실 등 많은 고건축을 설계했다.
고건축설계 자격이 있는 설계사는 전국적으로 30여명, 대구는 고작 서너명에 불과할 정도로 고건축설계는 인기가 없다. 철학과 상징성을 담아야하는 작업이 어려운데다 경제적 실익도 적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건축 설계를 위해 깨달음의 시간을 먼저 갖는다. 너무 서두르면 형체만 있는 죽은 공간만을 빚기 때문.
이를 위해 틈만 나면 사찰과 문화유산이 있는 곳을 찾아 바래진 건물속에서 선조들의 체취를 맡는다. 작은 앎으로 섣부른 조형을 낳을까 경계하는 그의 자세는 구도자의 겸손함마저 느끼게 한다.
"종교건축물의 경우 신심(神心)이 없으면 단순한 실용적 건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는 "불교미술의 경우 불교적 상징성을 표현하여 참배자에게 불교적 체험을 유발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고 말한다.
또 전통건축은 건물 및 소재 하나하나의 작은 변화로 통일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연역적인 방법으로 설계해야 돼 더 힘이 들기도 한다.
이씨의 이런 건축관이 잘 나타난 작품은 지난 95년 퇴옹당 성철대종사 사리탑 수상작. 단순한 사리탑이 아니라 체험의 공간으로 꾸몄고 전통적인 양식을 계승하되 현대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독창적 양식이다.
성철스님의 청빈사상과 올곧은 수행정신이 표현될 수 있는 독창적인 기념물이 돼야 한다는 것이그의 착상이었다. 주변 여건때문에 그의 작품이 수용되지는 못했으나 호평을 받았다.초입공 양식의 구미 남화사 건물도 콘크리트 구조에다 목구조 느낌이 나도록 현대적요소를 가미한 독창성이 돋보인다.
우리문화유산에 스민 역사의 자취와 아름다움을 발굴하여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 수세기를 아우르는 건축물을 후세에 남기는 것이 그의 더 큰 주제이자 희망이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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