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재직하던 이십여년전. 대학을 졸업하고 첫 발령지에서의 일이다.
오월초 일주일간의 가정방문이 정해졌다. 이때쯤이면 직원조례때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언제나주의사항이 강조되곤 했다. 촌지에 대한 지침이었다. 교육청에서 온 공문지침이 엄격하니 몸조심하라는 말이었다.
그때에도 교육부조리에 대한 비난으로 시끄러웠다. 가정방문 일정을 짰다. 학교가까이 있는 면소재지 학생들은 동네에서 수시로 가 볼 수 있으므로 일정에서 제외했다. 학교에서 걸어서 30분에서 두시간도 족히 걸리는 학생들의 가정방문은 꼭 포함시켰다.
요즘처럼 자가용이 흔한 것도 아니었고 남자선생님들처럼 자전거도 타고다닐 처지도 못돼 걸어서가정방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웃해 있는 학생들끼리 조를 만들고 가정방문을 시작했다. 매일 오전수업을 끝내고 학생들과 함께 하는 가정방문은 교사였던 나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그토록 멀리있는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오는 학생들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에서 반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고 기특했다.
그 뿌듯하고 고마운 감동에는 '촌지'라는 검은 거래가 끼어들 수가 없었다.
가정방문을 끝내고 어두워진 시골길을 혼자 갈 수 있다고 우겨도 선생님이 위험하다며 여러 학생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멀리있는 면소재지까지 바래다주는 정성을 보면서 교사로서 많은보람을 느꼈다. 내가 가정방문동안 받은 '촌지'는 돈이 아니라 아이들의 고마운 정이었다. 세월이유수같이 흘러 자가용이 넘쳐나고 돈을 물쓰듯 쓰는 세상이 되어서 그런걸까? 교육계는 물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정은 오간데 없고 촌지로 정성의 등급을 평가해버리는 세태가 씁쓸하기 짝이없다.
〈대구여성의 전화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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