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태수씨 입원 파장

한보사건의 실체와 전모를 알고 있는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의 자물통입이 끝내 열리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그가 입을 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언어장애와 반신마비증상 등으로 입이 열리지 않는상황이 닥친 것이다.

정씨의 입이 영영 닫힐 공산이 커짐에 따라 난감해 하는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우선 국회 한보사건국조특위가 그야말로 사건의 실체에 근접도 못한 채 활동이 끝나버릴 위기에 처했다. 특위위원장과 여야3당간사들은 15일 정씨를 다음달 2일 특위에 다시 불러 재신문을 벌이기로확정했으나 이 계획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정씨가 입을 열지 못할 경우 검찰 수사기록도 못보고 오직 소문과 제보에 의존해야 하는 특위는그야말로 하나마나가 돼 버린다. 국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통해 입법부의 권위를 살려야 할 국정조사가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작용할 공산도 커졌다.구치소청문회 일주일간 정씨 등을 신문했으나소득이 없었는데 국회에서의 청문회 후반전이라고 뾰족하게 나올 것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검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수사가 진행중이라 정씨의 입에 의존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정씨의 입이 닫혀버림으로써 지금껏 확보한 범죄사실을 입증하는데도 몇배의 힘이 들게 됐다.

일부 인사들의 경우 정씨의 입에 의존해야 하는 때문에 공소유지조차어렵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지금 진행중인 정치권에 대한 수사역시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또한 이번 한보사건의 실체규명은 영원한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씨가 쓰러짐으로써 한보사건의 몸체규명은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서서히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수서사건의 예에서 보듯이 정씨는 자신의 재기를 위해 보호가 필요한 인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호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들에 대해 정씨가 검찰에서 진술했을 리는 만무하다. 아직 장.차관은물론 실무를 담당하고있는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곳곳에 포진해 있을 법한 정태수사람들은한 사람도 거론되지 않았다.

결국 자의든 아니든 간에 정씨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한보사건의 몸체를 포함한 정태수커넥션을이번에도 수서 때와 마찬가지로 다치지 않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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