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쿠쿵 따따따땅 더더더덩 헛!'" 옛적의 소리와 몸짓으로 원초적 음을 빚어내는 풍물강습현장. 노인과 젊은이가 따로 없다. 오직신명만 있을 뿐이다.
땅을 울리고 허공을 헤치는 풍물소리에 의식이 마비된 듯 정신없이 북채가 오르내린다. 장단을배우는 수강생과 강사의 호흡이 하나가 되고 진지함과 열기는 긴장감마저 일으킨다.풍물(風物)은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풍악에 쓰는 악기. 이들 타악기를 이용한 풍물놀이는 민요와함께 전통가락의 한 맥을 이룬다.
단순하게 심중을 내리치는 북과 꽹과리의 멋진 조화가 있고 전통타악기가 어우러지는 강력한 앙상블에 교습현장은 이내 춤판으로 이어진다.
명절때면 마을마다 풍악을 울리며 평안을 빌던 모습은 점차 사라지는 반면 도회지에서 풍물치는모습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악 붐이 일면서 풍물잡이를 꿈꾸는 악동들이 교습소를 자주찾고있다는 것.
대구에는 풍물놀이를 비롯한 국악기 강습단체가 10개정도 있다. 소리꾼과 풍물잡이들이 허다한호남에 비해 층이 얕지만 풍물에 임하는 열의만큼은 뜨겁다.
때마침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대구·경북 순회공연이 열리고 있어 풍물마당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지역에서 대표적인 풍물강습소는 비산농악과 날뫼북춤보존회, 달구벌사물놀이, 영남풍물놀이, 사물마당, 대구시립극단 등이 있다.
16일 오후 날뫼북춤보존회(554-0262)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연 풍물강습현장. 20여명의 교습생이소음을 뒤로하고 새로운 음을 경험하고 있다. 긴장과 흥으로 부숴졌다가 다시 격렬한 진동으로모아지는 굉음이 떠나갈 듯하다.
채잡는법 채굴리는 법 치기에 이어 굿거리장단을 비롯한 많은 장단을 연습하고 있다."신명의 소리에 가슴이 후련하다"는 이한호씨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와 갈등을 소나기처럼 씻어준다"며 교습 1개월도 안돼 풍물에 빠져버렸다.
천왕메기굿보존회 이성재 사무국장은 "강습을 마칠때 쯤이면 굿거리 중모리 세마치 중모리장단은물론 자진모리 중중모리도 어느정도 알게 된다"며 "풍물교습이 국악보급과 이해에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날뫼북춤 기능보유자 김수배씨는 "젊은층에서 많이 배우려 들지만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40~50대가 끈질기게 배우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북과 장구를 수백번 치다보면 팔이 빠질 것 같고 몸살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새로운 문화주역으로 등장할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
또 하나의 풍물패'난장'(654-2052)은 20대 젊은이 6명으로 구성된 신세대 팀. 구청의 예산지원으로 중고교에서 열리는 청소년 어울마당 등 각종 행사에서 풍물 공연을 하느라 늘 분주하지만 현대적 감각에 맞게 풍물을 알리는 신명이 좋아 '마당'을 전전하고 있다.
대구교대의 풍물패 '푸리마당' 회원인 이호상씨(22)는 "좀 더 체계적으로 풍물을 접하고 싶어 '영남풍물놀이'에서 풍물을 익히고 있다"며 "쉽진 않지만 장구를 두드리며 우리 장단과 가락에 몰입하는 순간만은 비할 것이 없다"며 풍물 예찬론을 펼쳐보인다.
지난해 말 문을 연 놀이문화연구소(654-3224)도 매주 1회 '난장'과 함께 우리 놀이문화에 대한 토론회를 갖고 건전한 놀이문화 창출에 힘쓰고 있다. 22일까지 주부들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사물놀이와 민요강습회 회원을 모집중이다.
지난 95년 결성된 '영남풍물놀이'(427-9846)도 중구 대봉동에 20여평의 연습실을 갖추고 6명의 강사가 대구와 포항, 합천등지에서 몰려든 12명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풍물을 가르치고 있다.
영남풍물놀이패의 대표인 유영선씨(29)는 "대구의 풍물이 타지역에 비해 취약한 이유가운데 하나는 풍물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전문적인 풍물잡이들이 흔치 않기 때문"이라며 "기교보다는 풍물의 정통성을 전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힌다.
풍물을 접하면 절로 어깨가 덩실대는 것은 우리 피속에 어쩔 수 없이 스며들어 있는 신명 탓일까.
〈李春洙·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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