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왜 미제미사일을 사라는가

"김태우〈핵전문가·정치학박사〉"

요즘 미국과 러시아가 한국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요격미사일판촉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과연 주권국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4월5일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장관은 "한국이 러시아제미사일을 구입하면 미국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머슴에게 꾸중하듯 한국을 향해 경고했다. 여기에 대해 게오르그 쿠나제 러시아대사가 "미국은 후안무치한 강매기도를 중단해야 할것"이라고 맞받아 치더니만, 4월14일 북경을 방문중인 이고르 로디오노프 러시아국방장관은 한반도 전쟁시 러시아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소름끼치는 말을 내뱉었다.

요격미사일이란 공격해오는 적국의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맞히어 떨어뜨리는 단거리 방어미사일을말한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제 '패트리어트'와 러시아제 'S-300'을 놓고 구입을 검토해왔다. 이것이 두 강대국간의 판매경쟁을 불러일으킨 원인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그들'아닌 '우리'의 안보이익을 최대화하는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지금은 패트리어트를 구입할 계제가 아니다.

첫째, 성능과 가격에 있어 미국제는 선택대상이 되기 어렵다. 패트리어트는 명중률 20%%이하에가격은 러시아제의 곱절이다. 북한의 신계에서 발사되는 스커드가 서울에 도달하는데 45초밖에걸리지 않음을 감안할때 발사준비에 30분이나 소요된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반면 S-300은 높은 명중률에 5분안에 발사준비가 가능하다.

둘째, 한미 양국의 무기들이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 미국제를 사야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이는 무기구입비의 80%%이상을 미국무기를 사는데 사용하는 한국이 들어야 할 지적사항이 아니며, 무기시스템을 이토록 단일국가에 의존하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한 경우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우리의 안보를 걱정하는 동맹국이라면 한국이 지정학적조건에 맞는 무기구입 정책을 펴도록 오히려 권장해야 마땅하다. 무시할 수 없는 이웃 강대국과의 군사협력 또는 한국의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과연 우리가 방어용 미사일을 사는데 막대한 돈을 써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사실 미사일전략의 기본은 공격력이며 방어력은 보완용일 뿐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오는 다수의 미사일들을 완벽하게 요격하는 방어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대량살상용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스커드'니 '대포동'이니 하는 미사일들을 대량으로 보유한데 더하여 하룻동안 1천5백만발의 포탄을 서울하늘에 퍼부을 야포능력을 가진 북한에 대한 대책이 고작 방어미사일이라면 우리의 안보는 한심한 지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작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북한에 상응하는 중장거리 보복공격용 미사일을 개발하여 그들의 선공(先攻)의지를 억지하는 일이다.

즉 북한이 '서울불바다'를 위협할 때 우리도 '평양불바다'를 위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국으로 하여금 사정거리 1백80km이상의 미사일을 만들지 못하도록 속박하고 있는 '한미미사일각서'의 폐기를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미루면서, 즉 한국의 공격미사일 개발을 봉쇄해 놓은 상태에서, 자기네가 만든 방어미사일이나 사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모를 일이다.

기술이전 문제도 미국은 거부하는 반면 러시아는 경제적 어려움등으로 후한(?) 기술이전 조건을제시하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역사적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미국눈치나 보면서 '편한 결정'에 안주하려는 당국자들이 있다면, 그리고 정치적 안위를 위해 미국에게 밉보이는 결정들을 후세에게 떠넘겨버리는 보신주의 지도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지체없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작금 우리의 안보상황은 그런사람들에게 비싼 월급을 주면서 나라테두리 지키는 일을 맡겨두어도 좋을만큼 한가롭지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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