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객업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는 게 많다. 일전에 어떤 음식점에 들렀더니 음식나르는 아주머니가 "방금 나간 옆자리 손님들은 부부가 아니라 애인사이라예"하며 묻지도않은 말을 건넨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느냐니까 "부부사이라면 그렇게 서로 말을 많이하지 않지요"라는 명쾌한 답변이었다.
음식점에 외식나온 사람을 보면, 가족끼리 온 사람들은 어린애가 끼어있지 않는한 대체로 아주조용한 가운데 식사를 마친다. 조부모까지 자리를 같이 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많이 드세요 어쩌구 하는 말 이외에는 별로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반면에 계모임처럼 친구들이나 같은 또래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는 시끄럽기 짝이 없다. 장난치고 농담하여, 때로는 싸움을 해가면서도 활달한분위기에 생기가 넘친다.
우리사회에서는 또래문화는 있어도 가족문화는 없는 듯이 보인다. 동성로의 주인은 끼리끼리 어울린 청소년들이지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자식들은 초등학교 상급반 정도만 되어도부모들과 함께 나들이하기를 꺼린다. 대학생 나이의 자식과 함께 여름 휴가를 즐긴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의 가족문화에는 무엇인가 가족구성원간의 관계를 불편하고 긴장되게 하는 요소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워낙 변화가 빠른 사회니까 세대간의 현격한 가치관과 취향의 차이가 요인일 수도 있고,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쉴새없이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교육체제도 요인이 될 수 있을것이다.
그러니 좀더 근본적으로는 우리가족 내부에 존재하는 서열적 권위구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가족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형은 동생에게 권위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그에 따른 예의범절과 공경의 행동도 강조된다. 그리고 이러한 권위구조는 속성상 서로간의밀착된 관계에서보다 얼마간의 거리가 유지됨으로써만이 지켜진다. 가족간의 스스럼없는 접근이나 대화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가족구조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역설적이게도 권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다. 아랫사람들은 예의와 공경은 표하되 더불어 시간을 보내기는 꺼리게 된다. 노인공경을 자랑하는 우리사회에서 어쩌면 노인은 가족중 가장 소외되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가족이 활기찬 대화를나누기 위해서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보다 열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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