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크린쿼터 불황기에 써먹자

대구 극장가에 때아닌 우리영화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경영 김민종 정선경 주연의 액션물 '삼인조'(감독 박찬욱). 당초 이영화에 눈독을 들이고 개봉을 서둘렀던 것은 대구극장이었다. 그러나 대구극장이 전도금(개봉전 지불하는 선수금) 3천만원까지 제시했으나 결국 씨네아시아로 넘어가고 말았다.

씨네아시아는 제작사에 5천만원의 전도금에 한달여 개봉일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극장 관계자는 "6월 14일 '쥬라기공원 2'가 개봉예정이라 2~3주밖에 개봉할 수 없었던 것이 '빼앗긴' 이유"라고 했다.

이러한 우리영화 쟁탈전의 속셈은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 맞추기. 어차피 손님 없는봄 불황기라면 법정일수(1백46일)나 채우자는 의도다. 일반적으로 추석이후 벌어지던 현상이 올해는 훨씬 앞당겨 벌어지고 있는 것.

4~5월에 개봉을 준비중인 영화는 '산부인과''박대박''삼인조''아버지''오디션''비트'등 6~7편. 개봉관은 복합 2관을 포함해 10개관. "영화가 없어 난리났다"는 한 극장관계자의 말대로 흥행작이 부족한 형편이다.

따라서 영화관마다 각종 라인을 동원, 우리영화 유치에 나서고 있다.

만경관의 모회사인 삼영필름은 '비트'의 제작을 맡은 삼성영상사업단과의 '전속관계'로 일찌감치정우성 고소영 주연의 '비트'를 선점하고 '1편 장기개봉'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2관 체제이면서도 올해 '초록물고기'와 '홀리데이 인 서울' 만으로 '버틴' 씨네아시아는 오늘 개봉하는 '오디션'을 비롯 장길수감독의 '아버지'등으로 스크린쿼터 일수를 맞출 예정. 모회사인 서울 동보흥행(주)을 통해 '동분서주'했다는 후문.

'삼인조''박대박''아버지'등을 놓고 저울질 하던 대구극장은 대신 박철수감독의 신작 '산부인과'를잡아놓고 있다.

'미스터 콘돔''불새''똑바로 살아라''미지왕'등을 개봉했던 아카데미는 이미 70여일의 스크린쿼터를 맞춰 놓고 있어 비교적 느긋한 편. 아버지와 아들 두 박씨의 맞싸움을 그린 코믹물 '박대박'의개봉을 타진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영화 쟁탈전에 대해 영화인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우리영화에 대한 애정보다는 불황기를 우리영화로 '땜질' 하자는 의도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 스크린쿼터감시단 양기환사무국장은 "이래서 스크린쿼터제가 존속해야 한다"는 말로 영화관의 때아닌 '이례적인 행동'을비꼬았다.

〈金重基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