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의 박경식씨 증언은 전날까지의 지지부진함을 일거에 씻어준 화끈함을 보여주었다. 나온 이야기들도 김현철씨가 국정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농단해 왔다는 내용에서 부터 청와대의 부패정도 그리고 시시콜콜한 개인적 술자리 얘기까지 안 건드린 데가 없다고 할 정도였다. 박경식씨가 이날 청문회에서 언급한 김현철씨 국정개입과 정치관련 분야 이야기만 따로 정리해 본다.◇김현철의 정치구상
박씨는 현철씨가 아버지를 도운 것 외에도 개인적으로 정치적 포부가 있어 여러번 출마를 시도했으나 대통령의 제지로 출마가 어려워지자 김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부산시장 출마를 생각했고서울시장을 거쳐 대권에 대를 이어 도전해보려는 생각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현철씨는 15대총선에 출마할 경우 아버지 후광때문에 됐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해 해운대구에서 이기택민주당총재를 쓰러 뜨리기를 희망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 부분에서 현철씨도 대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오히려 현철씨를 두둔하기도 했다.
◇인사개입과 정보누출
이홍구씨의 총리임명과 김철신한국당대변인 인사 그리고 오정소씨의 안기부 제1차장 임명 등을하루이틀 정도 빨리 현철씨를 통해 알았다는 점에서 주요직책 인사에 직접 개입했거나 최소한 국가 중요 인사정보가 현철씨에게 전달됐음이 드러났다. 박씨는 또 강성구MBC사장과 홍두표KBS사장 유임건에 대해서도 현철씨의 "다른 대안이 없다"는 말을 인용, 언론계 인사에 개입했음을 증언했다.
현철씨와 사이가 원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박상범 현국가보훈처장의 경우도 박씨에 따르면 문민정부초 경호실장으로 들어온 것이 현철씨를통해서였다는 설명이었다.
◇4.11총선공천개입
박씨는 현철씨가 박씨의 형인 시사평론가 박경재변호사에게 "지역구든 전국구든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했으나 박변호사가 고사한 사실과 한이헌의원의 경우 본인은 김해를 원했으나 대통령은해운대를 추천, 상당히 자신이 없어 했고 한씨가 현철씨를 찾아온 뒤 결국 다른 곳으로 지역구가조정된 사례를 들었다. 박씨는 또 일부 야당의원보호 차원의 정략적 공천에 대한 질의에 대해 현철씨가 총선당시 민주당의 이부영의원을 격찬, 당과 이념은 달리 하지만 언젠가 자기사람으로 같이 일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로 현철씨가 총선구도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간접 증언했다.
◇김현철의 자금
현철씨의 집사인 박태중씨가 전액을 내서 사무실을 임대했고 스스로 한달에 1천만원씩 현철씨에게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경식씨는 그리고 사조직 운영자금과 관련한 질의에 "'눈먼 돈'이 많이 있을 수 있다"는 말로 현철씨측에 거액의 자금이 유입됐음을 시사했다. 박씨는 그러나 출처에 대해서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청와대의 부패징후 발견
박씨는 93년말 돈을 안받는다던 청와대가 썩기 시작했다는 것을 사실상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옛날에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은 명절때 성의표시를 하면 고맙다고들 했는데 93년 추석때 10명정도에게 옛날보다 조금 더 넣어 주었는데 한 사람도 고맙다고 한 사람이 없더라"며 "아마 푼돈이라서 날 뭘로 봤나하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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