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쓰레기 더미에 묻힌 '시민의식'

"내집앞도 안쓴다"

주택가 골목길이 갈수록 지저분해지고 있다.

아침마다 빗자루를 들고 동네 골목길로 나서는 시민들이 사라진 때문이다. 종량제 실시 이후 봉투를 아끼기 위해 내집 앞 쓰레기도 외면하는 풍토, 바로 시민정신실종 위기다. 부모들이 이러니자녀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초등학교 주변으로 가면 쓰레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 버릴 줄은 알아도 줍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탓이다.

21일 오전 8시 수성구 범어4동 남부 시장 앞 골목길. 밤새 인도위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과자봉지,누군가가 몰래 버린듯한 종이 상자등이 지저분하게 널려있다·하지만 하나둘씩 가게문을 여는상인들은 점포 정리에만 분주할뿐 누구하나 선뜻 골목길 청소에 나서는 이가 없다·주변 골목길도 마찬가지. 경력 20년째의환경미화원 김영민씨(56)는 "몇년전만하더라도 주민들의 아침 일과가 골목길 청소로 시작됐으나 이제는 옛말"이라며 기막혀했다.

보다못해 각구청은 각종 캠페인을 펼치고 '내집앞 쓸기 자원봉사대'까지 만들어 골목길 정화에나섰지만 시민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수성구청은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골목길 청소 자원봉사대'를 구성했다. 남의집 앞 쓸기가 아닌 제 집 앞 제가 쓸라는 자원봉사대다. 답답한 구청측은 종량제봉투와 빗자루까지 지급했다.동구청도 노인 1천여명으로 길거리 청소를 위한 '노인봉사대'를 만들었으며 북구청은 지난해 11월 4천7백명의 주민들로 관내 모든 골목길의 쓰레기 투기와 청소를 담당하는 '명예단속원'제를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거의 실패상태.

마침내 달서구청과 남구청은 환경미화원들을 차에서 내리게 했다. 담당골목길을 지정, 일과 후 청소에 나서도록 독려하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왜 나만 청소해'라는 개인풍조의 확산과 함께 어릴 적부터 인성교육이 안돼 요즘은 초등학교주변이 가장 더럽습니다" 구청 청소담당자들은 시민의식의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노래를불렀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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