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金賢哲)씨의 핵심측근인 ㈜심우 대표 박태중(朴泰重)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킨가운데 열린22일의 국회 한보청문회는 전날 G남성 클리닉 박경식(朴慶植)원장이 적극적으로'소신 증언'을 할때와는 대조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씨는 청문회 시작 20분전인 오전 9시40분께 국회한보특위 사무실에도착, 시종 굳은 표정으로 긴장된 모습.
박씨는 '최근 청문회와 검찰의 한보수사와 관련해 김현철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최형우(崔炯佑)고문 문병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갔을 때 이후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답변.그는 이어 '김씨가 한보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저녁시간에 측근들과 구기동 집에서 만나고 있다는데'라고 질문하자 "내가 무슨 죄인입니까. 밤에 집을 찾아가게…"라고 응수.
그는 또 '청문회에 출석한 소감이 어떤가'라는 물음에 "사실대로 당당하게 답변하겠다"고 짤막하게 답변.
◆…이날 박씨에 대한 신문에 앞서 박주천의원(신한국당)은 21일 청문회 증인으로 나왔던 박경식씨의 진술태도를 문제삼아 국회모독죄로 고발할 것을 동의.
박의원은 "어제 청문회를 마치고 한잠도 자지 못했다"면서 "박씨의 답변태도가 국회를 모독할 정도로 불손했던 만큼 국회법에 따라 국회모독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
이에 대해 현경대(玄敬大)위원장은 "박씨의 증언내용을 기록한 속기록이 완성되는 대로 면밀히검토한뒤 국회법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
◆…김현철씨의 국정개입및 이권개입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씨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여야의원 20여명이 방청석에 자리를 함께 해 이날 청문회에 쏠린 높은 관심을 여실히 입증.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야당의원들은 각당 소속 보좌관및 비서관은 물론 전문위원까지 대거동원, 박씨의 진술을 그때그때 메모하는등 박씨의 답변태도를 예의주시.
◆…이날 증인으로 나온 박씨는 자신이 참석한 주요 모임은 물론 간단한 금융거래 자료를 갖고나와 의원들의 질의가 있을 때마다 참고하면서 답변하는 등 상당한준비를 해왔음을 느끼게 했다.박씨는 의원들이 모임 참석 여부나 외국방문 사실을 물을 때마다 자료를 뒤적인뒤 날짜및 체류기간을 바로잡는가 하면 의원들의 질의를 간략히 메모한뒤 답변하는등 21일 증인인 박경식원장이 '정치연설'식으로 일관한데 비해 치밀하고 계산적인 상반되는 답변태도를 보였다.21일 신문도중 박원장으로부터 면박을 당하는등 수모를 겪기도 한 박주천의원(신한국당)은 "어제나온 증인에 비해 답변태도가 매우 성실하다"고 치켜세운뒤 "끝까지 성실하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21일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G남성클리닉 박경식원장이 한보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신한국당김덕룡(金德龍)의원을 높이 평가한데 이어 이날 이사철의원(신한국당)이 김의원의 입지를 세워주려는 질문을 박씨에게 던져 눈길.
이의원은 "93년 여름부터 현철씨가 국정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가"라면서 "김의원이 사무총장을 그만둔 것도 현철씨를 외국보내라는 얘기를 한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라고 신문, 김의원이 현철씨의 국정개입에 반대해왔다는 사실을 부각.
이에 대해 박씨는 "그같은 얘기를 현철씨에게 여러번 얘기를 했으나 대개는 구체적인 것이라기보다 이러저러한 소문을 얘기한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현철씨가 '떳떳하고 깨끗하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고 현철씨가 유학을 거부하던 당시 상황을 설명.
◆…이날 의원들은 청문회 신문도중 박씨의 사적인 가족문제에 대해 아무 여과없이 신문을 벌여증인의 사생활보호와 인권보호 측면에서 너무 지나쳤다는 지적.
특히 김경재의원(국민회의)은 '아버지가 이중생활을 하지 않았느냐' '의부가 동거하는 사람과 짜고 형제의 재산을 가로챈 것 아니냐' '아버지가 전처와는 언제까지살았나'는등 궤도를 벗어나는질의를 했고, 이상수의원(국민회의)도 "증인의 어머니는 의부의 4번째 부인이 아니냐"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추궁.
시종 침착한 어조로 답변하던 박씨도 이 대목에서는 "가족을 모독하지 말라. 말을 그렇게 함부로해도 되느냐"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
그러자 이사철의원(신한국당)이 "증인을 상대로 의원들이 아무렇게나 마구 질문해도 되느냐"고 야당 의원들을 비난한 뒤 박씨에게 가족과 관련한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충분한 답변시간을 부여,박씨의 태도를 누그러뜨리기도.
◆…이날 일부의원들이 박씨의 가족관계및 유산.상속 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수준이하의 질의를 계속하자 의원회관과 각당 사무처에는 의원들의 자질을 비판하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는 후문.
이날 걸려온 전화들은 "한보사태 규명이라는 청문회 본질과 개인의 사생활은 구분돼야 하지 않느냐" "한보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김현철씨와 관련된 측근이라는 이유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질의를 마구 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김민석의원(국민회의)은 신문도 시작하기전에 "증인의 그간 태도를 보니 대단한 조직가이거나 아니면 대단한 포커페이스를 가진 것 같다"고 험담을 한뒤 "박태중메모에 쓰인 단어로 보아 증인의능력으로 쓴 것 같지 않다"고 비하.
의원들의 수준이하의 질의가 속출하자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증인의 경우 국회법에 따라 인권이보호된다"면서 "면책특권이 부여된 의원이라 할지라고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는 면책특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원들을 비난.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