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성을 쌓았던 선조들은 수십t의 돌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현대의 건축도구는 갑작스런 발명으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천년전부터 개발되어온 도구와 건축기술의 집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삼국시대에 이미 회전축에 끈을 감아 돌리는 녹로(車鹿 車盧)로 무거운 자재를 들어올리거나 양수를 하는데 이용했지만 조선 말까지 건축기술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그러나 1794년(정조 18년) 화성(華城)건설은 새로운 건축도구 개발의 서막을 열었고 당시까지 전해오던 건축 토목 기술을 총결산하는 대역사였다.
목원대 이왕기 교수는 "거중기의 개발로 대형토목 사업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고조선 건축술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거중기는 실학의 집대성자인 다산 정약용이 정조대왕의 명을 받아 수원성을 쌓기위해 고안한 것이다.
다산은 서양의 기술을 적어놓은 '기기도설(奇器圖說)'과 삼국시대 이래로 쓰여오던 활차(움직도르래)와 녹로(고정도르래:회전축에 끈을 감아 돌리는 기계)의 원리를 복합시켜 수원성을 쌓는데 활용했다.
거중기의 원리는 들어올리려는 물체를 위아래 각각 4개씩 8개의 움직도르래에 연결한 뒤, 밧줄을좌우 양쪽 큰 도르래의 틀에 감아돌려 올리게 된다.
수원성을 쌓아 올릴때는 좌우에 각각 15명의 장정이 1만2천근(7.2t)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장정 1명이 4백근(2백40kg)의 물체를 들어올릴수 있었다고 화성축조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에 전한다.
도르래는 기능에 따라 고정·움직·복합(조합)·차동도르래로 구분할 수 있으며 사용하는 도르래에 따라 작업효과도 다르다.
거중기 윗부분은 횡량을 대어 몸체로 삼았다. 가운데와 아래에 각각 중간움직도르래와 밑움직도르래가 있고 좌우에 소형바퀴가 있는데 각각의 용도에 따라 기능을 달리한다.
횡량의 두머리는 4개의 기중기 다리로 받쳐져있는데 앞뒤와 좌우에 각각 횡강을 대었고 횡량의앞뒤 양쪽 한가운데 각각 2개의 걸못을 박아 고정시켰다. 횡량머리에는 각각 한개씩의 등자쇠가있어서 횡량을 아래로 감싸 덮었다.
두 다리가운데는 작은 도르래를 물리고 걸쇠를 박아 고정했다. 두 등자쇠 사이에는 4개의 걸이쇠가 있어서 횡량을 아래로 싸덮었는데 그 가운데쯤 구부러진곳에 상철강을 꿰어 중간움직 도르래와 접속시켰다.
중간도르래에는 걸쇠가 5개 있는데 이것들은 가운데가 위로 구부러져 횡량의 걸쇠와 교차되면서그 사이로 상철강이 꿰뚫려 걸려있다.
큰 도르래를 만들때는 좌우에 2개의 장강을 대고 위에는 모강을, 아래에는 협강을 사이에 끼운다.모강아래 두자쯤 되는 곳에 복토(얼레축을 끼우는 구멍)를 붙여 양쪽에 큰 도르래를 가로 꿰게한다.
협강위의 6자쯤 되는 곳에 역시 복토를 양쪽에 붙여 얼레축을 끼우고 얼레축의 양쪽 가장자리에각각 3개의 구멍을 뚫어 여기에 밧줄달린 나무살을 끼워 얼레모양의 바퀴로 만든다. 이것이 소거다.
이렇게 만든 소거를 좌우에 기대어 세우는데 몸체가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넉자쯤 되는 곳에 나무쐐기를 박고 또 모강위에는 작은 쇠고리를 박은 뒤 밧줄을 매어 횡량의 도르래에 걸어 잡아맨다.
사용할 때는 밑움직도르래의 3개 늑철 가운데로 하철강을 꿰어 여기에 두가닥의 고리달린 쇠사슬을 하철강 중간쯤에 좌우 평행되게 건다. 그 다음에는 두 가닥의 밧줄을 중간 움직도르래의 가운데 걸려있는 두갈래 쇠고리에 그 끝을 하나씩 묶어서 하나는 좌측으로 하나는 우측으로 걸어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밧줄을 거는 방법은 좌우가 똑같은 형식으로 걸면 되는데 먼저 중간움직도르래의 쇠고리에 달려있는 밧줄 끈을 내려서 밑움직도르래의 가운데 도르래에 건 다음 올려서 중간움직도르래의 가운데 도르래에 건다.
이때 들어올리는 물건은 반드시 평행선을 유지하도록 걸어야 하며 양쪽의 얼레도 똑같은 속도로감아올려야 한다.
화성건설때 창조적으로 개발된 몇 가지 도구와 장비들은 민족과학과 건축기술 진보에 큰 기여를했다.
조명제 한국전통기술학회 회장은 "과학기술 전쟁시대에 살아 남기위해서는 다산이 이용후생과 부국강병을 위해 몸바쳤던 것처럼 첨단과학기술의 빠른 도입과 자체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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