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가 드디어 한보청문회의 증인으로 섰다. 대통령의 아들이 대통령재임시절에 공개적인 심판대에 나선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곧 사법처리가 예고되어 있어 그동안 온통 나라를 뒤흔들었던 김현철씨 문제는 마침내 종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내달초쯤부터는 정국이 수습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인가. 정가에는 장담할 수 없다는관측이 적지 않다.
우선 김현철씨 문제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선에서 처리될지 여부가 큰 변수다. 현철씨가 진지하게 대국민사죄의 심정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또 증거부족으로 구속을 피하거나 핵심의혹들을제쳐두고 곁가지사건으로 사법처리될 경우는 국민들의 분노를 또다시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겨우 힘을 되찾고 있는 김영삼대통령은 벼랑으로 더욱 내몰릴 것이다.현재 현철씨측의 반발에도 불구, 청와대와 검찰은 사법처리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물론 현철씨 사법처리가 정국 전환의 기폭제는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국이 쉽게 풀려나갈 것으로 보는 이는 별로 없다. 김현철씨에 대한 의혹이 속시원하게 규명될 것으로 보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또 한보청문회와 현철씨 및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을 통해 청와대내 민주계 비서관들의 부패상이 드러나면 지휘계통상 최상위에 있는 김대통령은 휘청 거릴 수밖에 없다.이미 비뇨기과의사인 박경식씨가 증언했고 한보그룹 정보근회장이 부도직전 청와대의 비서관들에게 30여통의 전화를 했을 정도로 민주계출신의 청와대비서관들의 총체적 부패의 일부가 드러나고있다.
게다가 최근 정가의 최대쟁점으로 등장한 여당의 92년 대선자금문제도 거대한 암초다. 여권에서이 대목에 대한 고해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있으나 구체적인 사용 내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 여권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작업에 들어 갔지만 92년 대선자금 의혹을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여권내 사정이다. 경선을 앞두고 이회창대표의 대세론과 이를 저지하려는 여타 대선주자들의 격렬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여타 대선주자들이 조기 전당대회를 반대하고 있으며 박찬종고문 등 일부 대선주자들은 경선전 이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확연하다. 여당내의 분열과 파열음은 김대통령의 정국안정노력을 희석시킬 게 뻔하다.
그렇다고 야당도 마냥 한보커넥션과 현철씨 의혹 그리고 대선자금 공개공세에 주력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대선을 앞두고 정국혼란을 부추기는 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정한 수준에서 넘어가면서 대선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정가에서는 관측하고 있다.그런데 문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현철씨의 비리와 국정개입 의혹이 의외로 커져 국정의 난맥상이 대통령의 책임으로 이어질 경우 , 대선자금이 공개되고 이로 인해 대통령이 큰 타격을 받을경우 등등이다. 자칫 정치권의 빅뱅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정치판의 대선구도는 다시 짜여질 공산이 높다.
〈李憲泰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