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동차산업 위험수위

국내 제조업 총생산의 10%%, 취업인구의 8%%를 점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이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수년전부터 업계 내부에서나 거론되던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이번달 7일 현대자동차의 조업 단축을 계기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일제히 잔업을 중단,현 사태가 장기화되면 매출의 10~15%% 감소는 물론 영세한 2차밴드들은 무더기로 도산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이번 침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경기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과잉공급에서비롯된 구조적 불황으로 이해되고 있어 업계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의 필요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메이커들은 올들어 3월까지 30만6천여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나 감소한 수치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현대.기아.대우자동차가 올 3월까지 기록한 판매실적은 3만2천1백59대로 지난해보다 22.5%% 판매량이 떨어졌다.

판매실적 외에도 가동률.재고량.수익성 등 국내 자동차산업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한결같이 최악의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산업부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최근 올해 국내 완성차메이커의 생산능력은 모두 3백95만대에 이르나 실제 생산대수는 3백만여대에 머물러 평균가동률이 지난해(80.2%%)보다 4.3%%포인트 떨어진 75.9%%에 그칠것이라고 발표했다. 재고량도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재고량은 3월말 현재 모두 18만1천대로 적정재고량인 7만대의 2.59배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 위기의 원인을 자동차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제자리걸음을하고있는데 반해 공급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서 찾고있다. 내수의 성장률이 2천년대까지 연 4~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공급능력은 연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공급능력 확대를 정부나 업계가 계획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자동차 2백만대 이상을 생산할 능력을 갖춰야 2천년대의 국제경쟁에서 뒤지지않을 수있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통설. 국내의 자동차 최다 생산업체인 현대의 생산능력이 연산 1백50만대 수준인 것에 비춰볼때 개별 완성차메이커들로서는 설비투자 확대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적으로는 설비투자중복.생산설비과잉 등 엄청난경제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별 완성차메이커들의 각개적인 설비확대로는 현 불황을 헤치고나갈 수 없다. 오히려설비확대는 자동차생산량의 증가로 직결돼 업체들 간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경쟁격화는 다시 설비투자 확대를 강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2년 안에 설비조정.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이 단행되지 않으면 산업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최근 나돌았던 삼성의 쌍용인수설과 함께 정부가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李宗泰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