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우리나라 사람만큼 약(藥)의존도가 심한 국민도 드물 것이란 지적이 있어온지 오래다. 약을 좋아하게 된 연원(淵源)을 알수는 없으나 우리는 신체의 조그만한 증상에도 약을 쓰게 된다. 그 약도의사의 처방이나 약사와의 상담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가진단.처방에 따르는데 문제가 심각하다.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팀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페니실린 내성률(耐性率)은 70.3%%로 아시아 10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이다. 유럽쪽에서 항생제 내성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지목돼온 헝가리(59%%) 남아공화국(45%%) 스페인(44%%)등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치다. 내성률이높다는 것은 세균의 항생제에 대항한 생존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들이 함부로 약국에서 항생제를 사먹거나, 병의원에서도 항생제를 남용한 결과라는 지적인데, 문제는 항생제뿐만아니라 약화(藥禍) 전반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약사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내용이지만,고객이 약의 종류와 명칭까지 지정해서 달라고 하는 판에 상담은 고사하고 매약(賣藥)에 급급할뿐이라고 자탄한다. 여기엔 물론 과거 비약사의 매약행위등에 대한 불신같은 것이 아직도 씻기지못한 점도 있다. 최근엔 또 가짜 보약사가 잇따르고 있어 우리사회에 만연한 약좋아하는 풍토에경종이 되고 있다. 한약재를 이것저것 섞어서 달인 약을 만병통치의 보약으로 속여 팔고 있는데값은 수십만원대라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상담의사가 금연.적당한 운동.적절한 영양섭취를 권고하곤 진료비로 1천달러라는 큰돈을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이상의 진료나 처방이 필요치 않았다는 미국의 우스개가 뜻이 없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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