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용이 소금을 먹으면

용의 새끼들중에서 아직 용이 되지 못한 교룡(蛟龍)을 바로 이무기라 한다는데 단연총록(丹鉛總 錄)에 이무기에 대한 이런 속설이 있다.

"어느날 청룡이 아홉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첫째놈의 생김새가 용의 위풍이 없고 거북처럼 생 겨 하는수 없이 비석 받침돌 새기는데다 써먹었다. 둘째놈은 높은데나 쳐다보며 눈치만 살피는 성품이라 지붕 용마루 모퉁이에다 갖다 붙이고 살생과 싸움을 좋아하는 일곱째는 칼자루에 새겨 넣고 성격이 불같은 여덟째 놈은 향로 고리에 세워 붙였다"

아홉녀석 모두 공평하게 용의 새끼로 태어 났으되 생김새나 품성과 행동이 용이 되기에 문제가 있으면 이무기밖에 못된다는 암시적 교훈이 담긴 훈담(訓談)이다. 이중 특히 다섯째놈의 얘기는 요즘 우리 정치판에서 소위 대권주자로 회자되는 구룡(九龍)들의 정치행보에다 비춰볼 때 흥미있 는 대비가 될 것 같다.

다섯째 놈은 뭐든지 먹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갖다 붙여진 곳이 솥뚜껑 장식이었다. 향로나 용마루, 칼자루, 솥뚜껑, 돌비석등에서 용을 닮은 이무기들의 조각 장식들이 쉽게 발견되 는걸 보면 단연록의 속설이 맹랑한 허튼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이무기 얘기가 그런대로 믿을만 한 비유라면 지금 한창 자신의 세(勢)를 불리느라 여념없는 일부대권 예비후보 구룡(九龍)들도 자 칫 이무기가 돼버리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해보게 된다. 벌써부터 인맥을 끌어넣기 위해 각종모임 을 찾아 다니며 과거에 했던 말과 소신을 바꿔 말하는 '눈치나 살피는 교룡'이 나타나고 대선 관 련 사무실을 몇 개씩 운용하는 여당쪽 용을 향해 이율배반적 고비용 정치구조가 아니냐고 시비거 는 '싸움 좋아하는 교룡'도 나타난다. 거기다 사정당국은 이미 일부 용들이 이 어려운 경제속에서 도 기업으로부터 위험한 수표대신 현금으로 '소금'을 먹고 있다는 단정적인 추측과 함께 돈줄 수 사방침을 공공연히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무기가 된 용새끼들 얘기와 너무 닮아간다. 사실 그동 안 구룡들은 너도나도 21세기 연구회니 21세기 연구원 따위의 대선 전략본부 성격이 짙은 사조직 을 만들어 각계각층의 인맥들을 영입하는등 보이지 않는 대선 전쟁을 시작해 왔다. 그러한 연구 소와 사조직을 만들고 운용하며 수많은 주변인사들을 끌어들이는 일은 용들 개개인의 정치적 역 량이나 덕망만으로 될수있는 일이 아니다.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야만 가능하다. 그것은 정치라는 것이 지니는 불가피한 속성이며 현실이다. 그러나 구룡들이 스스로 밝힌 재산공 개 내역을 보면 합법으로든 편법으로든 다섯째 이무기처럼 남의 돈을 먹지 않고는 날로 방대해지 는 대선팀과 조직을 꾸려갈 형편이 못돼 보인다. 적게는 5억여원에서 최고 36억원이 구룡들의 전 재산이다. 대선자금으로는 턱없는 액수다. 그들이 끌어안고 있는 동참자들이 커피 한잔 안먹고 머 리빌려주고 몸떼워주는 지지자라 해도 그게 다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되갚아 줘야할 '빚'이다. 세상만사 소금을 먹으면 물을 켜게 돼있다. 집권후 이권을 챙겨주든 벼슬자리를 돌려가며 나눠주 든 소금먹은 값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집권과정에서 이기업 저단체, 이측근 저인맥으로부터 소금받아 먹은뒤 집권후에 감투자리 봐주고 이권 챙겨 주며 물켜느라 생겨난 부패와 부정의 귀결이 바로 한보청문회였다. 바로 앞의 정권이 당하는 꼴을 뻔히 보면서도 똑같이 소금 먹는 전철을 따라간다면 제2, 제3의 청문회만 이어질 뿐 이다. 구룡들이 그들의 연구소 이름말마따나 21세기의 정치 개혁을 지향한다면 소금을 먹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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