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지배하는 이시대의 전사를 우리는 해커와 크래커라 부른다.
해커(Hacker)는 '정보의 공유'를 모토로 접속을 거부하는 시스템에 침입하여 정보를 모든 사람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려는 정보 도둑들이다. 정보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유될 때 힘을 발휘하며인류를 위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커는 정보화시대의 로빈후드 같은 의적이길 꿈꾼다.반면 크래커(Cracker)는 다른 컴퓨터에 침입, 자료를 망가뜨리거나 빼낸 정보를 가지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무리들이다. 그러기에 해커들은 자신들이 크래커들과 구분되기를 원한다.SF영화에 해커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83년이다. 지금은 사이버펑크의 고전이 된 '워 게임'은한 고등학생이 비디오 게임을 훔치려다 잘못해서 미국 방위사령부의 컴퓨터에 들어가 하마터면핵 전쟁을 일으킬뻔한 위기상황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하자 해커로 자처하는 청소년들이 다른 컴퓨터에 침입하여 사고를 저지르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영화 개봉후 해커의 침입으로 인해 뉴욕 암연구센터에서는 환자 6천명에 대한 자료가 파괴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영화가 해킹을 부추긴 셈이 되어버렸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은 크래커였다고 할수 있다.해커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영화는 단연 '스니커즈'다. 스니커즈는 컴퓨터 조작이나 도청 등을 통해 극비리에 시스템의 안전장치를 확인해 주는 요원이다. 예전에 명성을 떨치던 해커들이 함께 모여 스니커즈로 일하면서 미정부의 암호해독기를 훔쳐 미국을 지배하려는 악당들과 펼치는 두뇌 게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가 흥미를 끄는 이유는 '암호해독기'라는 정보와 기술을 가지려는 자의 야욕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치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있다.
해커와 크래커가 안고 있는 문제는 현대인이 앓고 있는 가장 큰 질병인 고독이다. 컴퓨터 통신망은 지구를 하나로 연결하여 가상의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래서 우리는 한번도 사람의 얼굴을 대하지 않고 가상의 공동체에서만 살 수도 있다. 해커와 크래커는 끊임없이 인터넷의 바다를 떠돌지만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아무리 정교한 인터넷도 실재(實在)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요즘 컴퓨터 다루는 법을 한창 배우고 있다.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전화를 걸고TV를 켜듯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릴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는 컴퓨터로 해서는 안될 일이무엇인가를 배워야 할 것이다.
정 재 승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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