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의원 유리 미 하일로비치 정(46.한국명 정홍식)씨가 이르쿠츠크 시장에 도전장을 던져러시아 최초의 한국계 주지사의 탄생이 눈앞에 다가왔다.
'고스 두마'라고 불리는 러시아 연방 하원은 2백25개 선거구에서 뽑힌 지역구 의원과 정당별 득표에 따라 선출되는 같은 수의 전국구 의원을 합쳐 모두 4백50명으로 구성되는데 한국계로선 미르딘 총리가 이끄는 '우리집 러시아당' 소속으로 동시베리아에 있는 이르쿠츠크 주에서 재선된유리 미하일로비치 정의원과 친공산계 무소속으로 하바로프스크주 출신의 초선의원인 발렌틴 최(한국명 최 발렌틴)의원 두 사람이 있다.
현재 상공-건설-교통-자원 상임위 부위원장과 광업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홍식 의원은 "당초 4월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의원연맹(IPU)총회에 러시아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당내 사정으로 취소되었다고 안타까워하며 연내에 '우리집 러시아' 대표단의 방한이 성사되면 고국을 찾을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에 대한 투자보다 많다"는 예를 들며 한국을 비롯한 서방측이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한국을 2차례, 북한을 2차례 방문했던 정의원은 러시아 여권의 '민족'을 기재하는 칸에 '카레예츠(한국인)'라고 고집스럽게 쓰고 항상 자식들에게 '뿌리'를 잊지 말라고 강조하는 등 고국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북한을 방문해서는 막내삼촌을 만났다는 그는 아직도 조부의 고향인 경북 안동근처에 먼 친척이 살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개혁주의자답게 정의원은 북한의 폐쇄적인 체제에 대해 비판적이다. 북한을 방문했을 때 웃음이없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는 그는 통일이 바로 내일이라도 올 것 같이 행동하는 한국인들의 태도에는 부정적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반통일 세력이 많기 때문"이라고간단히 대답했다.
정치인으로 고국의 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의 통일은러시아에 큰 이익이 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마주한 지역에 평화가정착되고 이 지역에 거대한 단일 시장 하나가 더 몇차례의 약속과 취소를 반복한 끝에 만난 정의원은 "동시베리아의 지역구와 모스크바를 항상 오가야 하는 데다가 6천명의 직원에 건설, 무역,광산업, 수산업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트루드'그룹의 회장으로서 경영 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는처지라 항상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는 형편"이라며 미안해 했다.
사할린에서 출생한 그는 가난하고 험한 성장기를 보냈다. 경북 안동 출신의 할아버지가 일경과싸우고는 고향을 떠나 함북과 만주를 거쳐 사할린으로 이주한 것이 정의원 일가가 고국을 떠나게된 내력이다.
건설 노동자인 아버지와 펄프공장 노동자였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정의원은 이 사할린 시절에소련 여권도 없이 무국적자로 살았고 이 때문에 군대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후 단신으로 이르쿠츠크로 옮겨와 이르쿠츠크 공업기술대를 졸업했는데 공사판에서 막노동으로생활비를 벌면서 고학으로 5년제 대학교를 7년만에 마쳤다. 대학 시절에 결혼을 했지만 방학이면일거리를 찾아 다니느라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했다.
대학 졸업후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그에게 고르바초프의 개혁 정책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개인 회사의 설립이 가능하게 되자 89년 38세때 도로건설회사인 '트루드'를 세웠다. 시장경제가 채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회사를 불과 수년 만에 대기업군으로 키워내었다.상당한 재력을 모은 그는 93년 소련 붕괴 후 처음으로 치러진 총선에 나선다. 정치를 하게된 배경에 대해서 그는 단지 '주변의 권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 주민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데에 보람을 느껴 정치를 시작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단다. 소수 민족인 그의 당선은예상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졌지만 95년 재선 의원이 되자 그의 지역에서의 기반은 더 이상 의심받지 않는다.
정의원은 러시아 하원에서 국익과 국가의 장기발전전략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꼽힌다.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철저한 시장경제 신봉자인 그는 하루바삐 사회주의의 불합리한 잔재를 털어버리고 경제 개혁을 가속화시켜 러시아를 부강한 국가로 키워야한다고 믿고 있었다.
우리 시각으로 보기에는 지지부진한 러시아의 개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부탁했다. "미국의 페루에 대한 투자가 러시생기는 것이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다.때마침 정의원이 올7월27일로 예정된 이르쿠츠크 주지사 선거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 자연히 화제는 선거 얘기로 옮겨졌다. 모두 89개 지역으로 이루어진 러시아 연방의 주지사는 웬만한 독립국가의 대통령 부럽지 않은 자리. 이르쿠츠크주만 해도 면적이 한반도의 3배나 된다. 주지사가 되면 동시에 '연방 회의'라고 불리는 상원의 의원도 겸하게 되어 중앙정계에서 위상도 달라진다.당선 가능성을 묻자 정의원은 '현 주지사가 중국계인데도 벌써 재선'이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소수민족 출신이라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현지 분위기를 소개하며 은근히 자신감을 피력한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자신이 '고려인'이라고 불리는 재러 한인들의 대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단다. 물론 내놓고 한인들의 권익을 주장하지는 못한다. 잘못하면 정작 표를 받아야 할 러시아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기 쉽기 때문이다. 정의원은 "자신이나 최 발렌틴 의원이 잘해야만 한인들의 위상이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항상 되새긴다"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그래서 독한 보드카를 단숨에 들이키는 모습을 보면 천상 러시아 사람인 정의원은 고국을 위해기여할 계획이 무엇이냐는 우문에도 현답을 했다. "러시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한국을 위한 것이다"
▨약 력
△유리 미하일로비치 정 의원
△1951년 사할린생
△78년 이르쿠츠크 기술공업대 졸
△89년 건설사인 '트루드'사 창업, 현재 금광업, 건설업, 산림개발, 원양어업, 무역등 직원 6천명의기업군으로 키움.
△93년 고스두마(연방하원)의원 당선(제83선거구-이르쿠츠크 주)
△95년 재선
△현 하원 상공-건설-교통-자원상임위 부위원장, 광업소위(小委)위원장
〈모스크바.金起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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