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에 달하는 한보특혜대출과 대통령 아들의 비리의혹이라는 과녁을 겨냥해 돌진한 한보특위소속 여야 의원들의 창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과거 5공 청문회 때와 같이 두드러진 '스타'의 부재와 "모른다"로 일관한 증인들의 태도는 기대를걸고 TV를 응시했던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씁쓸한 결과를 남겼다.
여야 특위위원들은 각기 독특한 신문기법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싶어했으나 대부분 사실과 증거에 입각한 신랄한 추궁보다는 윽박지르기, 호통 등으로 일관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그러나 특위위원들도 5공 청문회와 같이 정치적 쟁점이 아니라 검찰수사가 진행중이고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에 대한 '재탕 삼탕식' 신문을 할 수밖에 없어 의혹을 속시원히 규명하는 '뉴스'를 발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유일하게 물증을 들이대 증인의 답변을 번복시킨 경우라면 국민회의 이상수(李相洙)의원이 정보근(鄭譜根)한보회장의 워커힐 호텔 투숙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 호텔 투숙 영수증을 제시하고 황해제철소 투자계약에 관한 문건을 들이댄 정도였다.
국민회의 김경재(金景梓)의원은 호통과 웅변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면 때로 증인의 자존심을 건드려 답변을 끄집어내려 시도했다. 그는 박석태(朴錫台)전제일은행 상무 신문시 뇌물수수문제를 추궁하면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박씨의 딸을 거론, "'여검사와 아버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말하기도 했다.
특위위원들이 증인들의 '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답변을 애원하는 일도 빚어졌다. 신한국당박주천(朴柱千)의원은 김종국(金鍾國) 전 한보그룹재정본부장 신문에서 "우리도 무언가 한가지 밝혀야 될 게 아니냐"며 "우리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진실을 말해달라"고 호소했다.국민회의 김민석(金民錫)의원은 정연한 논리로 증인들을 코너에 몰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그러나 그는 김기섭(金己燮)전안기부차장에 대해서는 '중소이념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느냐'는등 몇가지 '퀴즈문답식'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못하자 "어떻게 당신이 안기부 차장에 앉을수 있었느냐"고 몰아붙이는 이색 신문기법을 활용했다.
'정태수 리스트'와 관련, 여야의원들은 각당 중진인 신한국당 김덕룡(金德龍)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의원의 연루혐의를 벗겨주기 위한 유도신문에 매달려 빈축을 사기도했다.
신한국당 의원들은 김현철(金賢哲) 청문회에서 김씨에게 충분한 해명기회를 마련해주려는 듯 유도성 질문에 주력했고, 김씨에게 사죄의 말을 하도록 여러차례 시간을 배려해 눈총을 받았다.이에 반해 증인석에 앉았던 박경식(朴慶植)씨는 신상발언을 서슴지 않고, 의원들의 추궁에 맞서맞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증언을 거부하는 등 시종당당한 태도로 임했고, '럭비공식 답변태도'로의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 박씨의 답변태도를 문제삼는 의원들의 지적에 "의사 박경식이 국회의원만 못하냐. 장관만못하냐" "도대체 의원님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나는 국민을 대표해 이 자리에나왔다. 인격모독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일부에서는 박씨가 '다소 불안한' 증인임을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그가 자신들을 대변해 정치인들을 '혼내 주었다'는 대리만족감때문인지 이번 청문회의 유일한 스타였다는 역설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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