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 청문회 결산-'몸통'접근... 검찰수사 견인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대통령의 아들을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는 등 숨가쁘게 달려온 한보(韓寶)국정조사특위가 4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내달3일 막을 내린다.

지난달 21일 시작된 국정조사는 한보철강 포항제철에 대한 현장조사, 재정경제원 등 14개 보고대상기관에 대한 질의조사, 46명에 대한 청문회 증인신문 등 크게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됐다.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국정조사는 그러나 특위의 사전준비부족, 청문회증인들의 무성의한 답변등이 맞물리면서 당초 기대했던 한보부도사태의 실체적 진실접근과 김현철(金賢哲)씨의국정개입 의혹을 규명하는데는 미흡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지난 7일부터 3주간 계속된 청문회는 이미 구속중이거나 사법처리를 앞둔 증인들이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한 부인으로 일관, 첫날 정태수(鄭泰守)한보총회장에 대한 청문회부터 '무용론(無用論)'의 된서리를 맞는등 '외풍(外風)'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다 청문회 종반인 28일, 열흘전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석태(朴錫台)전제일은행상무가 검찰소환과 청문회 증언에 따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예기치 못한 사고까지 발생,특위위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런 와중에도 한보부도가 비단 대형금융사고가 아니라 부도덕한 기업가, 금융권, 정치권이 종합적으로 빚어낸 비리사고라는 단초를 얻어낸 것과 '정태수리스트'에 대한 검찰수사를 재촉한 것은평가받을 만한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배경이야 어쨌든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작업을 국회 차원에서 추진하게 된 것도 제도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헌정사상 초유로 서울구치소에서 TV생중계된 첫 주 청문회는 정태수총회장 부자(父子), 김종국(金鍾國)전한보재정본부장, 홍인길(洪仁吉)의원등이 잇따라 증인으로 나와 '한보몸통' 여부에 대한집중적인 질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홍의원 윗선의 '몸통'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총회장과 김전본부장등이 '정태수리스트'에 대해 암묵적인 시인을 함으로써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검찰소환을 몰고 왔다.청문회 기간중 터져나온 '정태수리스트'의 여진(餘震)은 검찰의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검찰의 최종결정에 따라서는 여야의 대권판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함께 정태수씨의 비자금 조성의혹, 정치권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의혹 등에 대한 막연한 의구심이 확신쪽으로 기울게 된 것도 청문회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이어 지난 21일부터 김현철씨와 그의 주변인물들이 총동원된 후반부 청문회도 기대에는 크게 못미쳤지만 나름대로의 주목할 만한 성과는 있었다.

정보근(鄭譜根)회장이 부도직전 24차례에 걸쳐 청와대와 전화통화를 시도한 것, 1월10일과 1월21일 두차례에 걸쳐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있었던 사실, 당시 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4차례에 걸쳐 한보관련 보고를 했던 사실등은 묻힐 뻔했던 '진실'이었다.우선 김현철씨의 방송사 인사개입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한 박경식(朴慶植)씨는 증인으로 출석, 김씨의 4·11총선공천 개입의혹, 정부 고위직 인사개입의혹을 부풀리는 증언을쏟아내 청문회에 아연 활기를 불어 넣었다.

박씨의 이같은 주장은 김현철씨 본인과 그의 측근인 박태중(朴泰重)(주)심우대표, 김기섭(金己燮)전안기부운영차장등에 의해 대부분 '사실무근'이라는 반대증언의 벽에 부딪혔지만 당사자들로부터 일부 시인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보조증언이 됐다.

김현철씨는 지난 25일 청문회에 나와 문민정부 초기 청와대 요직 인사개입및 4·11총선 공천개입등을 소극적이나마 털어놓았고, 지역민방사업자와 만난 일이 있다는 증언도 했다.특위는 45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내달 3일 국정조사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인데 과연 한보사태와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자체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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