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입법자의 손을 떠난뒤에는 모든 국민의 것이다. 집권세력의 전리품이 아니다. 짧은 기간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대통령, 그의 가솔, 그의 측근들의 것도 아니고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간명한 명제조차 그대로 믿으려는 국민은 없다. 우리 국민들은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개혁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휘몰아 치면서 드러난 우리사회 상위계층의 불법과 비리를 보고 치를 떨었다. 불법과 비리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지체되고 굴절되어 온 것은 결국 법정신을벗어난 자의적인 인간의지의 개입으로 인해 치외법권적 삶의 영역을 누려온 특권계층이 광범하게존재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지금 불법과 부조리가 혁파되었는가? 법의 통치를 받지않는 삶을 누려온특권계층은 사라졌는가? 오히려 법의 존엄성과 규범성이 위협당하고있고 한나라 권위의 정점이라할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수장마저 그 권위가 뿌리째 뒤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1982년 어느 지방대학 화장실 벽면에 적혀있던 지독한 정치풍자 하나 ―'나는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조간신문 1면을 휴지 대용으로 사용한다'―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이지독한 정치풍자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우리시대를 그토록 집요하게 미혹케하고 혼돈케한 망령들이 여전히 국민들의 소박한 꿈을 가위누르고 있고,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지도자들은 외계인처럼 공허하고 낯선 말들을토해낸다. 한보관련자들은 떳떳하지도 당당하지도 정직하지도 않다. 지도자들이 뿌린 불법의 포자(胞子)들은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퍼져, 이 땅은 아비들이 자식앞에 부끄러워 하지않고 자식들이아비앞에 부끄러워할줄 모르는 '몰염치'의 풍토병을 앓고 있다.
현정권이 집권한후 집권자의 어느 측근인사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과거를 통회하라고 일갈한 적이있다. 통회? 통회하라고? 통회의 가장 앞줄에 서야 할 사람들이 통회는 커녕 반성도 하지 않는데국민들이 먼저 통회하라고?
법위에 군림하며 법의 권위를 훼손한 사람들이 먼저 통회해야 한다. 말로만의 통회가 아니고 지극히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법의 권위를 복원시켜 주어야한다. 이것이 없이는 아무리 '법을 지켜라, 법대로 하라'고 외쳐봤자 그것은 외계인의 공허한 변설일 뿐이다.지도자들이 통회의 대오에 가장 앞장서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으로써 가장 앞장서야 한다. 그다음에 국민들이 통회의 대오를 뒤따를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의 법은, 사랑의 가슴과 분별의예지는 갖고 있으되 편애의 가슴과 차별의 편견을 갖지않은 불편부당한 정법(正法)으로 되살아나게 될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나라는 정의가 불의를 깨뜨리고 적법이 불법을 이기는 나라,어떤 기업인도 법이라는 이정표만 따라가면 불의의 손해를 입지않는 나라, 권력의 비루한 갑옷을빌려입지 않아도 무사히 살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훼손된 법의 권위를 복원하는 일은 지도자들이 먼저 잘못된 과거관행을 통회하고 한보, 대선자금에 관한 참된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데서 출발하자. 그리하여 우리법이 모든국민의 정당한 권리를예외없이 지켜주는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기능하게 하자. 법을 어기는 불법의 장엔 예외없이 침투하여 부조리를 혁파하는 파수꾼으로 기능하게 하자.
우리, 권력의 종착역에서 도열한 국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하차하는 최초의 지도자를 가질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또다시 잃어버리지 말자. 이 참혹한 악순환의 굴레에서 우리 후손들을 해방시켜줄 절박한 기회를 또다시 잃어버리지 말자. 이 무서운 역사적 과제앞에서 이제 우리모두어찌할 것인가. 5월 1일, 법의 존엄성을 되새겨보는 법의 날이다. 〈정한영.변호사〉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