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절이라고 부르는, 1년에 하루뿐인 노동자들의 잔칫날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표정은 소풍나온 어린아이들처럼 밝았다. 정리해고 변형근로에 대한 걱정도, 불경기에 덜미가 잡힌 임금에대한 짜증도 모두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또한 5월1일은 법(法)의 날. 노동자들을 지켜보는 경찰의 자세는 사뭇 달랐다.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집회신고서를 제출할 때부터"차도를 행진하면 교통방해가 일어나니 인도만 이용하라"고 전에 없던 조건을 붙였다. '대구에 새로운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종태 대구경찰청장의단호한 의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구백화점 앞 행사후 이어진 노동자, 시민들의'평화적인 거리행진'은 시작부터'바람직하지못한 시위문화'로 규정됐다.
출구인 동신로는 청소차로 봉쇄됐다. 시위대가 동아쇼핑 쪽으로 빠져나가자 교통방해를 걱정하던경찰은 아예 교통을 차단하고 병력을 투입했다. 시위대가 명덕네거리쪽으로 방향을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경찰의 곤봉과 방패가 날았다.
명덕네거리에서 몰려 계명대 쪽으로 행진하던 시위대는 프린스호텔 앞에서 경찰에 포위됐다. '토끼몰이식'진압이 이뤄졌다. 상인 조중택씨(52)는 "예전에는 최루탄을 쏴 쫓기만 했는데 너무심한 진압풍경이 벌어졌다"며 "가게로 뛰어든 학생을 경찰이 강제연행하는 과정에서 대형유리창까지 깨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밤 계명대 앞에 모인 노동자, 시민들은 "새로운 시위문화란게 경찰의 과잉진압을 의미하는것이냐"고 흥분했다.
공권력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경찰이 이처럼 무모한 사태를 자초했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남의 잔칫상을 뒤엎어버리는 경박스런(?) 공권력에 과연 몇명의 시민이 박수를 치겠는가.〈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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