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문화유산 파괴현장 점검

겨레의 유산 경주가 망가지고 있다.

경주는 우리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다.

경주의 가장 큰 자산은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역사문화유산. 그러나 행정당국의 무분별한 개발로 신라의 영산 남산과 토함산이 훼손되고 있으며 수많은 유물·유적이 산포한 경주시가지가 각종 건축공사로 파괴되고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경주는 고층빌딩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고도로서의 자취를 잃어가고 있으며 토함산 선도산 남산에 자연휴양림을 비롯한 각종 시설이 들어서고있어 국립공원도 몸살을 앓고있다.

이에따라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문화유산 훼손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문화유산 파괴현장을 점검해 본다.

**도심아파트 조성

신라시대 주거지인 동천동 택지사업지구에 경주시는 지표조사없이 대규모 신축아파트단지를 허가, 공사도중 토기파편 기와 우물터 등 신라시대 유물이 출토돼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시는 뒤늦게 동아대박물관에 조사를 의뢰하고 일부 설계변경으로 공사를 강행할 방침이지만 고고학계에서는 유적지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학계 및 시민들은 "시가 지표조사도 없이 아파트건축허가를 내줘 신라유적파손은 물론 공사중단으로 인한 업체의 재정압박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주시 북부동 구 문화고등학교 자리도 시가 부지를 매입, 유적발굴과 보존을 해야하나 아파트건축허가를 내줘 당국이 유적보존은 뒷전인채 도심개발에만 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영남매장문화재연구원 박승규실장은 "경주 쪽샘지구같이 유적매장 지역을 당국이 매입, 체계적인보존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주읍성

사적 제 96 호인 경주읍성도 훼손이 심각하다. 머지않아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경주읍성은 조선시대 말까지도 둘레 1.5km 높이 4m에 이르렀으나 개발로 대부분 헐려나가고 동쪽 벽만50m정도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나마 남은 읍성 일부는 주민들이 담장으로 쓰거나 매몰되고 있지만 방치되고있다. 남은 성벽은쓰레기 더미에 쌓여있고 입구에 안내표지판 하나없어 경주시민들조차 경주읍성인지를 모르고 있다.

학계에서는 "당국이 아파트와 건축허가를 내준 경주읍성지역의 구 문화고등, 구 근화여고 부지에대해서도 백년 앞을 내다보지 않고 도심을 무조건 개발하려는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경주읍성 복원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토함산

경주시는 석굴암이 마주보이는 토함산주령 37만평에 물놀이장, 숙박시설 등 3백74개의 시설을 갖춘 자연휴양림을 조성하고 있다.

문화공간이 모두 역사유적지대인 경주의 특성을 감안,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서민과 학생을 위한 숙박시설을 조성한다는 것이 경주시의 발상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휴식년제를 실시하는 산이 늘고 있으며 토함산과 남산도훼손이 심화돼 휴식년제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계곡물을 막아 물놀이장을 만들고 도로와 주차장이 들어서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수질악화 및 생태계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시설조성을 위해 수만평을 절개해 석굴암에서 보면 절개지가 훤히 보이는 지경이다.더 심각한 문제는 개발을 노리고 있는 사유지 소유주들이 식당 여관 등을 지으려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경주시의회 한 관계자는 상당수 지주들이 건축을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 토함산의 황폐화가 심각해지리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시의 재정수익증대 명분도 연 2억원에 불과해 휴양시설 관리인과 산악도로 및 시설 유지보수에더 많은 경비가 소요돼 설득력이 없다.

김성수 경주시의회 의원은 "시가 환경 및 교통영향평가도 없이 개발되지 않은 산림에 휴양시설을만들어 오·폐수 증대는 물론 이용차량 증가로 토함산훼손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황성공원

황성공원은 경주도심의 소금강산과 유림숲사이에 있는 40여만평의 숲벨트다.

경주시는 최근 황성공원부지 1만3천여평에 5천석규모의 실내체육관을 짓고 있다.체육관공사에 이어 대형주차장 피크닉장 레저스포츠센터 등 종합스포츠타운 조성을 추진, 황성공원을 체육공원화하려한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공사강행입장을 밝히고 있는 시는 실내체육관이 없어 민원이 제기되고 문화엑스포를 치르기 위해서는 체육관건립이 꼭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경주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학계는 실내체육관 건립반대 성명서를 내거나 세미나, 대시민홍보 등을 통해 공사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황성공원에 체육관마저 들어서면 역사유적공원으로의 복원이 불가능해지고 도심녹지공간이 줄어 든다"고 주장한다. 또 대형공사로 인한 주변 숲의 훼손과 차량집결에 따른 환경오염, 공원주변 교통여건이 악화된다는 것.

경주대 황정환교수(환경조경학과) "경주시·군 통합, 경부고속철도 역사부지 선정등으로 기존 도시계획의 재검토가 요구된다"며 "황성공원에 체육시설을 짓지말고 시외곽에 종합스포츠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주경실련 신경준 사무국장은 "울산시는 시외곽에 체육관을 조성하고 대부분의 시·도가 도심의공공시설과 체육시설을 외곽으로 이전하는 추세인데도 경주시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며 당국의근시안적 정책집행을 비난했다.

경주도심의 유일한 공원을 체육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은 경주시민 대다수가 염원하는 역사문화공원 조성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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