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추출'.
책표지 디자인의 처음과 끝이다.
책표지 디자이너 제철규씨(38). 그는 대구에서는 불모지대나 다름없는 책표지 디자인 분야에서 5년째 왕성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책표지 디자인은 기능만이 강조되는 단순한 작업같지만 책 내용을 모두 이해한 뒤 한 장면으로상징화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이 작업은 작가 출판사 디자이너 3박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작업이기때문에 힘도 들지만 출간후 짜릿한 성취감을 느낀다.
먼저 의뢰가 들어오면 내용파악을 위해 책읽기를 하고 이미지추출에 들어간다. 이어 작가의 의도가 표현된 제목과 책내용을 조화시켜 시각화한다.
소설 시 수필 계간지 등 많은 장르에서 작업을 한 그가 만든 책표지는 70여건.시.수필같이 한권의 책 속에서도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는 장르는 표현하기가 무척 어렵다. 저자나 주요인물의 성격을 중심으로 표현한다. 반면 소설은 하나의 큰 주제를 갖기때문에 이미지를형상화하는게 용이하다.
대개 학술보고서는 화려한 색깔이나 무늬없이 엄숙한 분위기를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난 94년대구시가 펴낸 '팔공산 자연공원 생태계조사보고서'는 초록색 바탕에 생태계를 단순화시켜 단행본 표지같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중견작가 이수남씨의 소설 '숲은 바람에 흔들리고'도 제씨의 기억에 남는 작품. 소설속에서 여성으로 상징되는 물 안개 등을 신비로운 느낌의 보라색으로 이미지화 시킨 후 파란만장한 삶을 남자나 외계(外界)를 뜻하는 나뭇잎을 물속에 던져 일어나는 파문으로 형상화했다.대구임업시설장장 이정웅씨의 '나의 사랑 나의 자랑 대구'는 대구의 고지도를 바탕으로 깔고 지은이의 얼굴사진을 배치한 형태. 대구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 서울까지 가서 자료를 찾거나각 도서관을 뒤졌지만 여의치않자 대구의 고지도를 우연히 발견, 이를 밑그림으로 삼아 대구의풍부한 문화유산을 강조했다.
서울에서는 책 디자인 전문업체가 많지만 대구지역은 한 군데도 없다. 출판사가 영세하다보니 책표지에 많은 투자를 할 여력이 없기때문이다.
그는 돈도 안되는 이런 일을 왜 하느냐는 물음에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답한다."책 내용이 좋으면 표지도 잘 나온다"는 제씨는 "포장이 좋으면 잘 팔리듯 책표지도 패키지 상품개념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제씨는 "앞으로 책표지 디자인의 전문성이 존중돼야 한다"며 "전문성이 인정되면 좋은 표지가나올수 있고 표지가 좋아지면 내용물도 발전돼 결국은 출판계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말했다.〈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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