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버이날 40대 아버지의 자녀사랑

"내 아이들아. 절벽 바위틈에 자라는 한그루 소나무는 마냥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뇌가 있단다. 살아남으려는 강인한 생명력과 부단한 노력으로 위태롭지만 꿋꿋하게 자라는 것이지…"

이상득씨(45·대구시 수성구 욱수동)는 보통 아버지다. 남들처럼 아들·딸 하나에 평범한 부인을둔 (주)보성의 건설현장 본부장. 대구공고와 영남대를 나와 20년 넘게 국내외 건설분야에서 잔뼈를 키운 기술사다. 그 스스로 '막노동판의 숙련공'으로 표현한다.

해마다 찾아오는 5월 8일 어버이날. 아들과 딸이 꽂아준 한송이 카네이션에 이씨는 수년동안 가슴에 담아뒀던 95년부터 수십통의 편지글들을 쏟아놓았다. 자식들과 세상 젊은이들에게 전하는40대 아버지의 고뇌, 걱정 그리고 희망.

"일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너희들이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는 것은 이제 지워야할 낙서야"아버지는 청소년들의 의타심에 채찍을 휘둘렀다. 그렇다고 아버지들의 '어려웠던 과거'를 자식들에게 끼워맞춰서는 안된다고 이씨는 강조했다. 사람마다 자기소질을 찾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삶의 참맛을 느껴야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내리사랑을 자식들에게 그대로 옮겼지만 40대 아버지의 부모사랑만큼 10대들의 효도는 이에 미치지 않는 것도 안타까워했다. 이틀이 멀다하고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문안전화를하지만 자식들은 '아빠의 일'로만 미뤘다.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아빠의 의무와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려는 너희들의 개인주의 사이에 세대차가 있는 것같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서로 존중하면서 천천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기자꾸나"

칠순 어버이를 둔 40대 아버지, 10대 아이를 둔 40대 자식. '샌드위치' 어버이 이씨는 올 5월 8일에 부모와 자식의 의미를 되새기며 희망 메시지를 남겼다.

"너희들을 꼭 보듬을 때마다 태산을 안은 것처럼 기쁘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공동체를 위해 함께 웃고 울며 어깨동무해 나가는 것이야"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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