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향해 질주하는 이 세대의 영화는 특수효과라는 테크놀로지에 의해 완성된다. 작년 여름전세계를 강타한 흥행작 '트위스터'도 예외는 아니다. 트위스터는 무서운 회오리 바람을 쫓는 기상학자들에 관한 영화다. 광기에 사로잡힌 기상학자들은 토네이도의 '눈'속에서 측정장치를 이용,진로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트위스터에서 특수효과는 영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영화속의 토네이도는 실제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만들어 낸 것이다. 토네이도를 스크린 상에 만들어 내는 일은 결코쉬운일이 아니다. 토네이도는 수시로 그 모양이 변하기 때문에 다른 영화에서처럼 하나의 모델이나 미니어처로 만들수 없다. 일일이 컴퓨터를 이용해서 그려야만 한다. 조지 루카스가 이끄는 특수효과전문회사 ILM은 25분간의 토네이도 장면을 만들기 위해 17조 바이트의 메모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것은 플로피디스크 1천2백만장의 크기다.
트위스터 촬영팀은 보잉707기 제트엔진에서 강풍을 뿜어내고 40피트 트레일러 뒤에 설치한 얼음분쇄기에 커다란 얼음을 집어 넣어 자잘한 우박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우박과 바람을 나무조각이파리 등과 함께 뿌려대면서 촬영을 한다. 촬영팀은 작은 폭풍을 만들어 내 실제 촬영을 하고,나중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더욱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 내게 된다. 허공을 나는 소나 자동차를 그린 장면은 ILM의 컴퓨터 합성 이미지로 만들어 낸 것이다.
예전의 특수효과가 관객들에게 팬터지를 보여주었다면 트위스터는 새로운 차원의 리얼리즘을 보여주었다. 이제 가장 훌륭한 특수효과는 실재하지 않는 상황을 진짜처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실제상황을 리얼하게 그려냄으로써 특수효과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장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특수효과는 토네이도를 스크린 위에 그대로 복제, 과학대 자연이란 이분법의 의미를 희석시켰다.과학이 자연의 기능을 대행하고 자연의 혼돈을 과학이 재생하게 된 것이다.
'신의 분노'라고 불리는 토네이도는 영화에서 '신의 짓궂은 장난'으로 미화되고 다시 컴퓨터의 장난으로 현실화된다. 광대한 대륙에 죽음과 파괴만을 안겨주던 토네이도는 스크린 위에서 안전하고 실감나면서 아름다운 소용돌이로 바뀌어 버렸다. 우리는 '특수효과의 미학'이라 불리는 20세기말 SF영화의 단적인 예를 '트위스터'에서 볼수 있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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