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朴泰俊) 전 포철회장이 4년여 유랑생활 끝에 귀국하던 날, 봄비치고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박 전회장은 그러나 8일 포항에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보슬비처럼 부드럽게 나왔다.특히 김영삼(金泳三) 대통령과 신한국당에 대해 퍽 유연하게 대처했다. 현 정권에 대한 강한 비판을 자제했으며 대선 역할론에 대해서도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대신 포항지역 발전에 중점을 둬지금이 보선 출마의 자리임을 분명히 했다.
민자당 최고위원으로서 한때 김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부상했다 낭인으로 떨어진 뒤 재개한 그의 이같은 태도는 향후 대선정국에서의 선택과 관련,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우선 포항지역 발전과 나라경제 회생을 강조했다.
포항을 가장 살기 좋고 수준 높은 도시로 만들겠으며 남은 생애를 포항을 위해 헌신하다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다. 국가경제에 대해서는 방향타 없이 표류하는 나라, 침몰하는 경제가 가장 안타까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정권에 대해서는 공격을 자제했다.
"꼭 내가 해야되나"라며 김대통령에대한 평가 요청을 웃으며 피해나갔고, 자신에게도 칼이 겨누어졌던 사정(司正)에 대해서는 "한국적 특수 정치상황이 빚어낸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김대통령이 하야하는 헌정중단 사태를 빚어서는 안되며 현안들을 수습해서 잘 마무리 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은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이다.
신한국당에 대해서 비적대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야당에 대해 그렇게 호의적이지도 않았다.△생각이 같다면 신한국당이라 해도 협의할 수 있다는 발언, △내각제를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민련을 비판한 점,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만들어진 것 아니냐며 국민회의를 꼬집은 것 등이 이를 방증한다.
김대통령에게 가장 껄끄러운 대선자금 문제 등은 피해가는 눈치가 역력했다.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음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개 여부도양쪽 이익을 잘 따져 검토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TK신당 창당설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지역당을 만들 소양도 능력도 의사도없다고 말했다.
박 전회장의 이같은 유연함은 일단 대선정국을 관망하며 진로를 모색해보자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신한국당에 대한 비적대적 자세는 대선 가도에서 여당내 특정주자와의 연대를 시사한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으며, 그의 선택이 주목되는 것은 이때문이다.〈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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