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옛 사람들은 선비의 으뜸가는 덕목으로 '옳은 일은 서둘러 행해야 하고 그 말씀은 신중할수록좋다'(訥言, 敏行)고 했다. 이에 곁들여 중국사상 가장 뛰어난 충신으로 꼽히는 남송의 악비(岳飛)는 '관리가 돈을 좋아하지 않으면(文臣不爰錢) 나라는 저절로 흥한다'고도 했다. 이말들을뭉뚱거려 보면 훌륭한 정치 지도자란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재물에 욕심을 내지 않는사람'이란 말로 요약됨직도 하다. 요즘처럼 말만 앞세우고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정치 지도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이 말은 새삼 되씹을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신한국당내 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의 분파 행동에 자제를 촉구하자 민주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다. 불과 몇달 전만해도 YS직계인 민주계는 고사하고 다른 계파조차도 감히 반발은엄두도 못낼 일이었고 보면 YS의 당(黨) 장악력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한때 여론조사결과 인기도가 90%%선을 웃돌던 YS가 5%%선을 오르내린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 또한 단순히그의 '레임덕' 때문에 비롯된 것만은 아닌 감도 든다. YS는 칼국수를 먹으며 "정치자금은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강변, 전직의 두 대통령을 당당히 감옥으로 보냈다. 그리고 불과 얼마만에 표출되고 있는 얽히고 설킨 YS와 그 측근들의 비리와 의혹들…. 국민들은 YS가 청렴을 강조했던 만큼 그 위선에 더욱 분노하고 증오하고 있는게 아닐까. YS의 때이른 통치력 상실에 나라일이 큰 일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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