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문패

소학(小學)에 중국 강주(江洲)땅의 진씨(陳氏)집안 이야기가 나온다. 이 집안은 얼마나 번창하고또한 화목하였던지 가족수가 무려 7백명이나 되었는데도 다투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끼니때가 되면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정답게 밥을 먹었는데 누구하나 질서를 어기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이 집에서는 개를 백여마리나 기르고 있었는데 개들마저도 서로 으르렁거리는 법없이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그리하여 개들도 먹이를 먹을 때 한마리만 오지 않아도 다들 모일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렸다는 것이다.

이웃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의 화평이 짐승에게까지 감화를 주었다며 칭찬해 마지 않았다고 한다.

참으로 부러운 집안이 아닐 수 없다. 가정은 그 구성원이 서로를 위하여 공동생활을 이룩하는 최초의 사회로서, 가장 기초적인 집단이다. 가정이 튼튼하면 개인의 행복은 물론 사회 전체가 밝아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평화로운 가정도 누가 그냥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힘을 모아만들어가야 한다. 힘을 모음에 있어서는 자기 희생을 전제로 한다.

나는 요즘 아침 산책길에서 흐뭇한 모습을 본다. 그것은 다름아닌 문패때문이다. 송판을 다듬어이름을 쓰고 그 위에 니스를 칠해 정성들여 만든 그 문패를 볼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손바닥두엇 정도의 넓이에 다섯 식구의 이름이 모두 쓰여있다.

특히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모두붙여 윤정 , 윤정△, 윤정□으로 돼 있다.넉넉해 보이지는 않는 집이지만 그 가족들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지금 맏이와 냉전을 벌이고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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