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金賢哲)씨 비리의혹 수사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됐던 전대호건설 사장 이성호(李晟豪)씨 수사가 기대만큼 빠른 진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가 새로운 물증을 들이댈 때 마다 주춤 거리며 일부 사실을 털어 놓고 있어그를 통한 현철씨 비리 입증은 시간 문제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1일 오후 소환된 이씨는 현철씨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확인한 부분과 현철씨가 스스로 시인한 부분외에는 아직까지 속시원한 진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12일 "귀국 불가 의사를 내비추던 이씨가 자진 귀국해서 수사에 적극 협조할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수사가 시작되니 박태중(朴泰重)씨 처럼 현철씨부분에 대해 좀처럼 입을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각종 이권사업과 관련,현철씨의 개입및 커미션수수 여부 △현철씨가 맡긴 비자금 내역과 운용경위 등에 대해 강도높게 추궁했다.
이씨는 "현철씨가 수억원을 주면서 '내가 직접 계좌를 개설하면 오해를 살 수있으니 대신 관리해달라'고 부탁해 관리한 적은 있다"며 현철씨의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은 시인했으나 돈의 출처나규모 등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함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전대호건설 기획조정실장 김종욱(金鍾郁)씨 장인 박모씨 명의로 된 수십억원상당의 계좌에 대해 "사업상 필요한 비자금 관리를 위해 마련한 차명 계좌일 뿐이며 수시로 돈을 입.출금해 지금은 얼마가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지난달초 대신증권 관계자에 대한 조사에서 이씨가 지난 93년말 현금 60억원을 맡긴뒤 95년까지 전액 회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을 근거로 이 돈이 현철씨의 자금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그러나 현철씨가 경복고 동문 기업인들로 부터 받았다고 시인한 13억원중 두양그룹 김덕영(金德永)회장으로 부터 95년 6.27 지방선거 직전 받은 3억원 정도만 시인하고 나머지 자금에 대해서는 "사업 자금이다","잘 모른다"며 버티기 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씨는 포항제철 스테인레스강 독점판매권을 획득한 ㈜동보스테인레스 설립을 통해 현철씨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과 H 그룹의 대리인으로 7개 케이블 TV 방송국을 매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씨는 ㈜동보스테인레스의 경우 김종욱(金鍾郁)씨가 설립한 것으로 자신이나 현철씨는 관여한 바가 없으며 케이블 TV방송사 매입은 대호빌딩을 매각한 자금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또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 운영권, 관급공사 대량 수주등 각종 이권사업을 현철씨에게거액의 커미션을 주고 따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함구하거나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씨는 특히 소사 휴게소는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운영권을 따냈고 국방부와 한국수자원공사등의관급공사는 이미 6공 당시 수주받기로 내정됐었다며 현철씨 개입의혹을 부인했다는 것이다.또 경기도 청남 골프장 매입과 관련, "아버지인 이건 전 대호그룹 회장이 노후를 위해 매입했으나 은행채무를 안고 있어 실제 투자된 돈은 18억원에 불과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평소 친형처럼 여기던 현철씨가 정치에 뜻을 두고 있어 활동비를 건네주고 술을 사준 적은 있지만 이권 청탁의 대가는 아니라면서 "현철씨에게 가끔 이런저런 사업에 대해 힘을 좀 써달라고 부탁했었으나 현철씨가 냉정하게 거절하는 바람에 기분이 나빴던 적도 많았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부 기업인들이 "이씨의 소개로 현철씨를 만났고 활동비도 건넸다"고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이씨가 현철씨와 재벌 2세및 중견 기업인들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추궁했으나 별 성과는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의 이같은 버티기 작전이 자꾸 허물어져 갈 것으로 보고 있다.한 수사관계자는 "이씨가 귀국전 현철씨측과 입을 맞춘 듯한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띈다"면서 "그러나 이미 현철씨가 자신의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끝까지 버텨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검찰에 소환된 게 불과 몇시간 되지 않지 않느냐"며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해 이씨의 입을 열게 할 여러 물증들을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훈규(李勳圭) 대검중수3과장도 "이씨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자진 귀국한 만큼잘 되지 않겠나"고 반문,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심재륜(沈在淪) 중수부장은 "수사협조 여부에 따라 이씨를 관대하게 처분할 수 있다"고 밝혀이씨에 대한 사법처리 강도가 현철씨 수사의 전망을 읽게 해줄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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