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거당한 서민의 슬픔

"무허 건물이라고 경찰과 구청이 마구잡이로 단속하고 철거해도 그건 '합법'이라니, 난 내 전 재산을 날리고 1백만원 빚까지 졌어요"

매일신문사를 찾은 김명자씨(41·북구 고성1가)는 말을 더듬으며 눈물부터 쏟았다.김씨가 막창집 운영을 계획한 것은 지난해 3월. 먹고 사는 일이 막막했던 김씨는 전재산인 전세금 1천만원을 빼 수성구 지산1동 녹원맨션옆의 자그마한 실내포장마차를 권리금 7백만원 월세 35만원에 빌렸다. 남은 3백만원으로 중고 TV와 냉장고 등 장사에 필요한 물품을 사 두꺼비막창집을 꾸미고 가게에서 먹고 자며 장사를 시작했다. 한 손님에게 소주 2병 이상은 절대 팔지 않을정도로 고지식한 김씨였지만 단골이 늘어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 김씨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지난해 7월3일. 파출소 직원이 무허가라며 단속한 것이다. 겁이무척 많았던 김씨는 그날로 문을 닫고 시장 행상을 하며 전업을 모색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장삿일로 집을 비운 사이 수성구청에서 가게를 철거해 버렸다. 살림살이는 물론이고 친정아버지로부터 선물받은 귀고리 목걸이와 일기장, 딸이 크면 주려고 애지중지했던 돌 사진 등 모든 재산을 날려버린 것. 김씨는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고 그 충격으로지금은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말까지 더듬게 됐다고 한다.

"철거계획을 알려만 줬어도 딸 사진을 쓰레기 매립장에 묻지 않았을 거예요. 이런 나라가 어딨어요" 김씨는 억울해 수성구청을 찾았지만 "천막은 계고장 없이도 철거할 수 있다"는 답변과 "미안하다"는 말 뿐.

게다가 김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대구지검에 벌금 1백만원을 내지않아 붙잡혀갈 처지가 돼 있었다. 졸지에 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했지만 범법자가 되기는 싫어 지난 3월 벌금 분납을 요청하러 검찰을 찾았다. 그러나 검찰은 그의 손에 덜컥 쇠고랑부터 채우고 들었다.

감기약 한번 안먹었다는 김씨. 그러나 충격 때문에 최근 10개월여만에 심신이 망가져 행상조차힘든 형편.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

〈崔在王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