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접받는 어린이들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십니까? '어린이날'이 되면 또 무얼 해줄까, 우리어른들에게는 고민스런 날이지요" "너도나도 모두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또 놀러가는데 그냥집에서 있자니 애들 기가 죽을테고, 남들처럼 하자니 그렇구요…" 어느 택시 기사가 한숨지으며내게 한 말이다.

어린이날 전후 TV에서 보여준 영상들은 한마디로 '한심스런 모습'이었다. 아이들에게까지 외제물건과 옷을 사주고 10만~30만원짜리 장난감을 선뜻 사주는 부모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무분별한 행동이나 그릇된 자만심은 아이들의 마음에 또한 헛된 욕심과 허영심을 한껏 부추기고 있다. 재주도 없는 아이에게 피아노, 무용, 운동, 서예등을 강요함으로써 '슈퍼맨'을 만들려는 부모의 부질없는 야망 때문에 아이들은 내심 고통을 당하고 있다. 애지중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사랑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없겠지만 그 표현방법에는 크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미운 자식에게 밥 많이 주고, 사랑하는 자식에게 매를 들라'한 옛말의 깊은 뜻을 부모들은 오늘도 내일도 거듭 새겨봄직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방법은 많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으로 부모의 사랑을 대신하거나 표현하려는 그릇된 사고방식이나 삶의 자세는 지양되어야만 한다. 어른들을 흉내내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즐겨 독서함으로써 동심의 세계와 상상력, 창조력을 한껏 키워주는 부모의 노력이 아쉽다. 실수하지 않고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사람이기보다는 사람과 세상에 열린 사람이 되게 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인간관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케 하는 부모의 성실한 삶의 자세가 더욱더 아쉽다. 그래서 나는 애어른이 아닌 어린이다운 어린이를 보고 싶다.

〈수녀·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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