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재근의 세상읽기

"한양대교수·국문학"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이렇게 40여년 전 조병옥선생께서 외쳤다. 그러나 빈대가 들 끓어 살 수 없는 집이라면 차라리 태워버리고 새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정치권이 한보 청문회로 세상을 흔들더니 이제 대선자금으로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왜 대선 직후에 불거져 나오질 않고 대통령 임기 열달을 둔 말기에 대선자금이 문제되고 있는가? 진실을 밝히려는 것보다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술책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감을 지을 수 없다.이제 국민은 모든 정당들이 정책대결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정책의 청사진을 펼치지는 못하면서 정치적 술책들로 민심을 꼬여보려고 여야가 모두 잔꾀를 부리고 있다는 의심이 간다. 부정부패를 도려내고 진실을 밝히려는 뜻보다 당략에 이용하고 있다는 심증이 앞서화가 난다.

아직도 정치권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모양이다. 입으로만 국민이 무섭다고 할 뿐 선거 한철만 굽실거리면 된다고 국민을 얕보고 있는 것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책략만 부리며 국민을 불안하게 몰아 가겠는가. 선거를 의식한 꼼수들에 신물이 난다.

무엇보다 먼저 정치권이 국민을 우습게 보는 버르장머리부터 버리기 바란다. 국민은 돈독이 든빈대가 들끓는다면 차라리 초가삼간을 태워버리자는 심증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편이다. 특히낡은 정치행패를 더는 못참아주겠다는 불씨가 새로운 바람을 타고 21세기를 향해 불고 있는 중이다. 정치권은 이를 잘 읽어두기 바란다.

정치권이 돈독이 들어 있으니 세상도 덩달아 돈독이 들었다.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고 돈 없이는되는 일이 없다고 할만큼 돈타령이 얼시구 절시구 세상을 난장으로 만든지 이미 오래다. 돈독이오른 빈대가 너무 많아 초가 삼칸을 불질러 버리고 새로 집을 지어 정착하고 검소하게 사는 세상을 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은 새로운 지도자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정치권을 이룩하는 일은 오직 국민의 손에 달려 있을 뿐이다. YS, DJ, JP 등이 새로운정치권을 짜기는 어렵게 돼 간다. 한 30년 써먹은 바람몰이나 세 몰이로 국민이 근지러워 하는곳을 긁어줄 수 없는 까닭이다. 이제 투표권에 대한 국민의 정치의식이 주체적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정치권은 이를 겁내야 할 것이다.

단돈 몇 만원 받고 표를 파는 백성이 있는 한 빈대 없는 정치권을 바랄 수 없다는 정서가 영글었으면 한다. 표를 돈으로 사서 당선한 정치가가 본전 생각이 나 부정부패를 저질러 댈 수밖에 없다는 정상을 국민이 알아챘으면 한다. 정치판이 썩은 것도 국민 탓으로 돌릴 줄 안다면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게 마련이다.

이제 국민은 투표를 잘 행사하면 정치권이 깨끗해지고, 투표를 잘못 행사하면 정치권이 더럽게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바로 이러한 인식이 곧 국민이 주체적 정치의식에 속할 것이다. 그런정치의식이 불씨가 되어 빈대가 들끓는 정치판을 태워버린다면 국민이 주인이 되고 정치권이 머슴 노릇을 제대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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