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2월대선 정계구도 개편

한보사태는 정치적 냉소주의로 이어졌다. 급기야 김현철(金賢哲)씨도 소환됐고 대통령하야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때문에 정계구도 개편가능성이 과거 어느때보다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정계구도를 뒤바꿀 변수로는 △한보사태와 92년 대선자금 의혹 등을 둘러싼 검찰수사의 향배 △야권후보 단일화 △TK 독자 세력화 △ 한반도 돌발상황 등이 꼽히고 있다.

한보사태가 정치권에 미친 파문의 강도는 신한국당 홍인길(洪仁吉)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의원등 상도동과 동교동의 측근실세들 구속으로 짐작할 수있다. 대선주자들중 일부도 수뢰혐의자로거론됐었다.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의 소환조사로 정치권 긴장도가 한껏 고조됐을 당시 "초선의원들로만 정치판을 새로 짜야할 상황이 오지 않겠는가"라는 웃지 못할 우스개도 등장했다.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연말 대선은 여야 두후보간의 대결로 압축된다. 특히 단일후보는 양당의 지지기반을 근거로 할 경우 호남과 충청.경북권을 축으로 수도권과 강원지역까지 우세를 점할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단일후보가 김대중(金大中)총재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 심리 등도 떠안게 돼 오히려 득표력이 산술적 총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일화의 성사여부에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김대중총재측은 사실상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바탕아래내각제 개헌을 약속해주겠다는 입장인 반면 김종필총재측은 단일화에 앞서 내각제에 대한 분명한의지를 표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TK 향배 역시 변수다. 특히 박태준(朴泰俊) 전포철회장의 정치권 복귀로 여야를 망라하는 범TK결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자민련내 지역의원들의 경우 지난 총선이후부터 정치적 단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최근들어 이들의 양대 목표인 내각제와 후보단일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져가면서 독자행동을 상정한 행보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수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결말날 지는 어느 것하나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정계구도 개편의 현실화 가능성과 규모 및 방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선이후엔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대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특히 신한국당의 재집권은 3김시대를 퇴장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선이전까지는 정계개편 가능성이 적다는 시각이 상당수다. 이들은 한보 연루로 정치인들이 구속됐지만 기존 정치 판도를 변화시킬 정도는 아니라고보고 있다. 야권 후보단일화도 무산돼 양김총재가 모두 출마하게 된다는 것이다.

범TK단합문제에 대해서도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자민련내 지역의원들 역시 독자행보를 모색, 지역후보를 추대한다고 해도 대선구도에는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기 힘들다는 것.

소규모 개편설을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즉 신한국당내 대선 예비주자들중 낙선한 측에서 탈당,야권과의 연대 혹은 독자세력화를 꾀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한동(李漢東)고문의 경우 내각제를 고리로 김종필(金鍾泌)총재 및 박전회장과의 연대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대변혁, 이른바 빅뱅(대폭발)을 예측하는 쪽도 있다. 김현철씨의 구속으로 김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하고 있다. 야권의 김대중총재 역시대선자금 공개 문제로 치명상을 입게되면서 3김퇴장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빅뱅이 현실화한다면 정치권뿐 아니라 경제분야 등 범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냉소적 시각까지 씻어 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徐奉大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