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맹인' 김윤섭씨 수성구민상 수상

"자신감만 있으면 장애 극복"

'맹인'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온 김윤섭씨(65·수성구 범물동용지아파트 205동 103호)가 수성구민상을 받았다.

김씨는 앞을 전혀 못보는 맹인. 김씨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의성고등학교 과학교사로 근무하던83년 봄. 망막변성과 백내장으로 인한 맹인 선고는 사형선고와 같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쓰립니다. 나때문에 아이들은 공부조차 제대로 못하고…" 김씨와아내 김상선씨(64)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아내 김씨가 남의 집 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중 김씨에게도 희미한 빛이 찾아왔다.87년 점자를 배우기 시작한 것.

이때부터 김씨는 할 일을 찾아 나섰다. 우선 90년에 1만원씩이 든 통장 15개를 맹인들에게 나눠줬다. "이걸 시작으로 돈을 불리라고 했습니다. 한사람은 손목이 없는 맹인이었지만 볼펜을 팔아7년만에 1천5백만원을 모았습니다" 김씨는 94년엔 자산1억4백만원의 장애인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시각장애인 45명을 모아 만든 4백50만원이 큰 힘이 되었다.

대구맹인신용협동조합. 김씨는 신협을 통해 30명의 맹인들에게 영구임대주택 입주계약금을 무담보로 빌려줬다. 해마다 8백여명의 맹인들에게 의료비, 학자금, 전세자금 등도 대출해주고 있다. 벌써 13억원의 자산이 모였고 단 한 건의 채무불이행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는 이 영구임대 아파트 한 채라도 있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자신의 이익보다는 맹인들의 뒷바라지에 더욱 정성을 쏟았던 김씨는 장애인들에게 소중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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