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실망안긴 정치인 사법처리

한보 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여야정치인 33명중 검찰이 8명만 불구속기소로 마무리한것은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 극히 불공평한 처사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한보사태로빚어진 정치권의 혼탁성을 차제에 근원적으로 정화해보자는 정치개혁론이 강하게 대두되는 시점이라 검찰의 처사는 국민법감정에 더 한층 배치된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검은돈'을 받은 정치인 33명중 8명만 기소한 검찰의 입장은 뇌물수수죄의 구성요건상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 대가성에 비중을 뒀다고 하지만 기소대상자중 문정수부산시장(2억원수수)과 김상현의원(5천만원수수)을 제외한 나머지7명은 1천만원에서 3천만원을 받았다. 반면 무혐의처리된 24명중 17명이 이보다 훨씬 많은 5천만원씩을 받았다는 점에서 법집행의 형평성에 크게 어긋났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법적요건을 따지지만 일반 상식으로 따져볼때 기업인이 정치인에게 거액의 돈을 줄때는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덕을 볼수 있다는 보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할때 누구는 죄가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또 국회의원은 소속상임위를 떠나 사실상 국회본회의 대정부질의등을 통해 국정전반에 걸쳐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전직대통령에게 적용한 포괄적뇌물죄로 다스리는게 마땅하다는이론도 성립할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무혐의처리된 현역의원 18명중 11명이 여당의원이고 7명이 야당이란 점과기소대상자도 3명이 여권정치인인 반면 5명은 야당인데다 4명은 영향력이 없는 전직의원이라는사실이다. 이같은 여러 정황을 미뤄볼때 검찰의 이번 정치인 사법처리결과는 국민법감정에도 위배될 뿐아니라 형평성을 크게 저버렸다는 비난과 함께 향후 어떤 모습으로 공격해올지 모르는 힘있는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더이상 건드리지 않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앞만보고 수사하겠다는 지금까지의 검찰태도와는 판이한 결과로 역시 정치권엔 무력하다는걸 입증해준 셈이되고 말았다. 정말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아울러 기소대상에서 제외된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여론의 심판에서도 무죄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들 눈에는 기소유무에 관계없이 나라를 뒤흔든 악덕기업주에게서 검은 돈을받은 정치인은 모두 같은 관점에서 그들의 행보를 지켜본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명념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사법처리에서 빠진 것도 바로 그들이 95년12월 총선직전에 정치자금법을 고치면서개인이 주는 선거자금은 받아도 처벌할 수 없도록 한 규정때문인점을 감안할때 더욱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차기 선거에서 반드시 표심으로 그들을 징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계기로 정치권은 정말 반성하고 개혁차원에서 거듭 태어난다는 각오로 '맑은 정치'구현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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