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 체험기-산정산악회 등반대장 지홍석씨

"등산지도 전적 신뢰는 금물" 산을 오를때 가장 필수적인 것은 무엇일까. 나는 주저없이 지도를 꼽는다. 산을 자주 찾는 나로서는 지도없이는 움직이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는 지도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지도는 믿어라. 그러나 절대로 맹신하지는 말라'라는….

요즘은 좋은 지도표가 많다. 조금만 유명한 곳이다 싶으면 애써 독도를 하지 않아도 쉬이 이해가갈 수 있도록 등산로는 물론 걸리는 시간까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특히 산을 소개하는 '산'지(誌)가 등장, 웬만한 산은 거의 몇번씩 다룬 후로는 유명 명산과 이름있는 산들은 지도로 제작되어 나오거나 개념도까지 곁들여져 책으로 제작되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과 11일 국립공원 청송 주왕산에서 수달래제(祭)가 열려 거기에 맞춰서 등산 안내를 한적이 있었다. 주왕산은 대개 대전사를 기점으로 1.2.3폭포를 왕복하며 주변의 거대한 기암과 주왕굴을 둘러보는 코스가 인기가 있어서 그것이 주왕산의 전부인줄 아는 사람이 예상외로 많다. 그러나 그것은 주왕산의 일부분일뿐, 외주왕의 절골에도 수량이 풍부한 계곡과 주변의 비경이 동양화처럼 펼쳐져 한번 가본 사람들에게는 쉬이 잊혀지지 않는 코스가 있다. 그래서 절골을 통해 주왕산 최고봉인 왕거암(907.4m)을 오르고 내원동으로 해서 3폭포를 거쳐 대전사로 내려오는 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옛날에 내려온 기억보다는 최근에 나온 '산'지의 주왕산 지도(1:50,000)를 보고구간별 통과 시간을 적어 놓고 설명까지 해 버렸다가 망신을 당했다. 1시간이 소요된다는 곳이30분도 소요되지 않고, 왕거암까지 3시간 40분정도 소요된다는 지도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로는 1시간 40여분밖에 소요되지 않았으니 산행을 책임지는 대장의 체면이 구겨질대로 구겨져 버렸다.우여곡절 끝에 행사는 무사히 잘 치렀지만 아직도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건 어느 친구의 넋두리처럼 "경험만큼 고귀한 철학은 없다"는 그 한마디였다.

햇수로 10년, 3백72회에 걸쳐 안내산행을 했지만, 나는 아직도 책이나 지도에 실린 기사와 안내를1백%% 신뢰하지도 믿지도 않는다. 적어도 내가 경험하지 않은것은 하나의 참고 사항일뿐 1백%% 신뢰대상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신뢰와 믿음 그 자체도 어차피 나 자신에의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지홍석〈산정산악회 등반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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