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북경접촉의 작은 성과

남북적십자 2차 북경접촉이 사실상 합의점에 이르러 대북(對北)직접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이번 북경접촉은 남측의 지원규모와 시기를 분명하게 밝혀 줄것을 고집한 1차접촉의 실패를 의식한 탓인지 우리측이 서둘러 양보한 흔적이 뚜렷하여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우리는 지난번 1차 접촉을 시도할때 지원물품의 생산지 표시와 동해안의 청진·나진항을 연결하는 새로운 해로수송 및 판문점을 통한 손쉬운 육로개설, 또 지원물품의 투명한 전달확인을 위한한적요원의 현지실사등을 요구조건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북한은 되레 대북 지원식량의 구체적품목과 양 그리고 지원시기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돌아서는 바람에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유엔의 여러 구호기관이 북한의 식량난을 걱정하면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호소하고 나서자 최근에는 유럽연합(EU)까지 5천3백만달러어치인 식량 15만t을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정부는 미국과 공조하여 지난해 4월에 제시한 4자회담이 성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차원의 대북지원은 할수도 없고 그나마 지원한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된다는 소문마저돌고 있어 민간차원의 지원으로 체면치레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사정은 아랑곳않고 국제여론은 '남한이 대북식량지원이나 경협에 인색하다'는 평을 하게되자 이런 누명을 벗기라도 하려는듯 성급한 양보를 해버린 것으로 보인다.이번 2차 북경접촉에서 반드시 관철됐어야 할 사항은 수송비를 줄이기 위해서도 그렇고 한반도화해무드의 상징적 의미에서도 판문점을 통한 육로수송이다. 그리고 북한이 더많은 식량지원을얻기위해선 지원된 식량의 구체적 전달의 투명성을 확인해 주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한적요원의 현지실사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했음에도 이를 거부한 것은 마이너스 요인이다.왜냐하면 '주는 손'은 '받는 손'보다 우위에 있고 주는 손이 원하는 대로 주게 했을때 신바람이나 더많은 양을 집어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북경접촉은 4년9개월만의 대화로 얻은 것도 적잖다. 지원물품의 생산지 표시 허용으로 재포장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으며 판문점 직통전화의 부활이 앞으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것같아기대가 앞서기도 한다. 더많은 양보로 '주는 손'이 더 겸손해진 이번 북경 접촉이 남북화해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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