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사정으로 대선자금 넘기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자신의 입장표명을 거부함으로써 여야 대치정국은더욱 옥죄게 됐다. 김대통령은 92년 대선자금에 대해 포괄적인 내용을 밝히고 국민앞에 사과, 대선자금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예상을 깨고 "대선자금에 대해 밝힐만한 자료가 없어송구스럽다"는 말로 입장표명을 대신한 것이다.

이러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입장표명 거부는 대선자금 전모를 공개할 수없는 형편에서 포괄적인공개와 대(對)국민 사과만으로는 국민이나 야당의 양해를 구하기 어려운데다 자칫하면 또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전체국민을 설득시키고 야당공세를 무력화시키지 못할바에야 굳이 평지풍파를 일으켜 자칫하면 하야(下野)문제까지 거론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느낄수도 있을 것이다.그래서 때아닌 사정(司正) 한파를 몰아와서 대선자금 입장표명 거부로 빚어질 비난을 비켜가려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부패공직자에 대한 엄정하고 투명한 사정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이번 공직사정은 그런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에 맞선 야당 또한 대선자금을 밝히지 않는한대통령 하야를 거론하겠다고 강력한 대응의지를 밝힘으로써 정국은 또다시 격돌이 불가피하게 된것이다.

대통령의 권력누수 현상을 막기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임기말에 난데없이 몰아친 사정 한파도 대선자금문제와 맞물려, 개운치가 않다. 또 대선자금 문제를 앞세워 대통령의 공정한 대선관리와 여당 탈당, 내각책임제등을 보장받으려 하다 그 뜻이 무산되는 듯하자 공직사정과 대선자금을 빌미로 갑자기 대통령하야주장쪽으로 급선회하는 야당쪽의 당략적(黨略的)접근 자세 또한 바람직하지못하다.

대선자금 문제는 한보비리를 캐다보니 돌출된 정치의 '치부'다. 우리 정치가 발전하려면 돈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선거풍토가 개선되어야 한다는데 공감하게 됐고 그러기 위해서는 92년도 대선자금의 규모와 그 흐름을 밝히고 무한정으로 돈을 쓰는 선거 풍토의 재연을 막아 보자는 국민적공감대 위에서 모색해온 결과가 바로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관련된 입장 표명이다.그런데 우리는 여야 모두가 깨끗한 선거풍토를 기대하는 국민 여망과는 아랑곳 없이 동상이몽격의 자세를 보이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대통령부터 선거법을 초과한 대선자금이 분명히 지출됐는데도 "자료가 없다"는 말로 호도해 넘기려고 해서야 정치자금받고 돈 선거 하려는 국회의원을 나무랄 수도 없고 로비자금 주고 한건(件)하려고 벼르는 기업인도 나무랄 명분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