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또또에 관한 생각

우리집에서는 애완견 한마리를 기른다. 조그마한 푸들이다. 우리는 이 놈을 '또또'라고 부른다. 또또는 우리 가족과 함께 한 방에서 먹고 자므로 우리 식구와 다름없다.

또또는 우리 가족중에서 나를 가장 따른다. 아내의 품에 안겨 있다가도 내가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와 안긴다. 아내가 밥을 챙겨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아플땐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는등 알뜰살뜰 보살펴 주는데도 아내보다 나를 더 따른다. 일단 내 품에 안긴 다음에는 아내가 오라고 부르면 어림없다고 으르렁거리고 아내가 내 몸에 손을 대면 물어뜯을 듯이 앙앙거린다. 그러나 내가 없을 때는 아내를 가장 잘 따른다. 아이들에게 안겨 있다가도 아내가 부르면 얼른 달려가 안기고 아이들이 아무리 오라고 유혹해도 절대 가지않는 지조를 지킨다.

또또는 왜 나를 가장 잘 따르고 둘째는 아내, 셋째는 아이들 순으로 따를까. 또또는 자기를 먹여주고 귀여워해주는 사랑 순으로 따르지 않는것은 분명하다. 사랑 순이라면 아내가 제1순위이다.생각컨대 오로지 또또는 내가 집주인이자 가장이요, 최고 권력자(?)인 것을 알고 있으므로 나에게가장 복종한다. 또또의 복종순위는 우리집 권력순위다.

내가 집안의 최고 권력자임을 또또가 아는 까닭은 간단하다. 내가 집안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호령(?)하면서 왕처럼 군림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때문이다. 자기를 먹여주고 건사해주는 진정한 주인인 아내는 허세에 불과하고 그런 아내에게 큰 소리 치는 내가 실세임을 몸소 체험한 때문이다.

또또는 주인을 알지만 진정한 주인은 모른다. 또또는 주인에게 복종하되 실세순위에 따라 복종한다. 우리 주변에도 또또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국가나 국민에게보다는 권력자에게 충성하고 진정한 정의보다는 힘센 불의에 복종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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