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 2시 남부경찰서와 남구청 직원 30여명은 10대 가출소녀들이 접대부로 고용돼 퇴폐영업을 일삼던 대구시 남구 양지로 일대를 뒤졌다.
그러나 단속을 예측이라도 한 듯 29일 새벽 양지로 주변에는 고요와 적막이 흘렀다.새벽3시. 5개조로 나뉜 단속반이 무허가 업소의 문을 따기 시작했다. 예상됐던 단속이었지만 곳곳에서 승용차를 탄 '어깨들'이 단속반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지난해 단속반에 걸려 간판을 내린 '동남식당'이 얼굴을 드러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좁은 칸막이 방과 어두운 조명이 있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동중인 냉장고에 수십병의맥주와 우유가 들어있어 어제까지 성황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무허가 퇴폐영업으로 유명한 근처'서울식당'도 잘 정리된 테이블, 안주거리며 상자째 놓인 맥주에서 영업의 흔적을 찾았다.단속에 익숙하지 않은 한 공무원은 "이런 곳에서 자식같은 애들을 발가벗긴채 술을 마시다니…"하면서 혀를 찼다.
밤마다 10대 소녀들이 양지로에 줄을 서는데도 퇴폐업소가 쉽게 적발되지 않는것은 술집들이 이미 인근 주택가로 파고 들었기 때문. 큰길에서 잡은 손님들을 주택가에 마련된 방으로 안내한다는 것이다. 단속을 벌인 이날도 새벽 5시30분쯤 5~6명씩 떼를 지어 주택가에서 나오는 것이 목격됐다.
화장을 짙게 한 10대 소녀 3명이 단속반이 떠난 줄 알고 새벽 4시 호객행위를 하다 붙들렸다. ㄷ·ㅅ여중 2~3년 중퇴생인 김모·박모·정모양. 처음에 스무살이라고 우기던 이들도 경찰 조사에서 10대임을 털어놓았다. 집이 싫고 공부가 싫어 거리로 나섰던 이들. 중 1때 담배를 피우고 얼마전엔 문신까지 새겼다.
새벽 5시, 양지로 곳곳에는 고급승용차를 탄 '어깨'들과 10대 삐끼들이 걸려들지 모를 취객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단속원들이 다가서자 휑하니 달아나버렸다.
단속반원과 업주·10대 삐끼 간의 숨바꼭질은 내일도 계속될 게 뻔하다.
〈全桂完·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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