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담화의미

김영삼대통령이 30일 발표한 대국민담화는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포괄적 입장을 표명, '책임론'을피력하고 이 기조위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 국회차원의 정치개혁이 좌절될 경우 '중대한 결심'을 단행할 것임을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다.

김대통령의 이번 대국민담화는 크게 △한보정국과 대선자금정국에 대한 유감피력 △대선자금에대한 입장 표명 △선거풍토 혁신및 정치개혁의 필요성 △정치개혁청사진 제시 △국민에 대한 당부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김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정치개혁에 관해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의 제목이 시사하듯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표명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정치개혁에 무게와 비중이 실려있음을 읽을 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무엇보다 먼저 정치개혁의 당위성과 청사진을 제시, 국정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기 위한 그 전제요건으로 92년 대선자금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택한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밝힌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표명은 야당과 일반국민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대선자금 공방이 수습국면에 접어들기 보다는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먼저 김대통령은 "지난 92년 대선자금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정당운영과 선거운동의 관행에 비추어 정당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선거당시의 숨가쁜상황에서 사용한 모든 자금의 총규모나 내역을 5년가까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가려낸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은 얼마든지 미루어 짐작할것"이라며 포괄적으로 입장을 피력했다.다만 김대통령은 그같은 선거풍토가 잘못된 것이라고 시인하면서도 "이러한 사정은 대선을 치렀던 야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쐐기를 박아 대선자금문제에 여야가 있을 수 없음을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김대통령으로서는 야당이 자신들의 대선자금 공개없이 대여공세만을 취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은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야당의 반발은 쉽게 예상할수 있다.이날 담화에서 김대통령은 처음으로 직접 국민을 상대로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에 대한 책임론을 천명했다.

김대통령은 "언제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결코 이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처음으로 책임문제를 언급했다.

이는 일단 김대통령이 비등하는 국민의 여론을 무마하고 향후 국정을 이끌기 위한 자세로 의미를찾을 수 있으나 책임을 질 경우, 무슨 문제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 지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이번 담화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국회차원에서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한 대목이다.

김대통령은 "만약 국가적 과제인 정치개혁이 정치권의 근시안적 당리당략으로 좌초된다면 저는불가피하게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천명한 것이다.여권 관계자들은 이번 담화의 기조는 과거사인 92년 대선자금 시비보다는 앞으로 다시는 그같은대선자금시비가 재연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경제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있다고 말했다.김대통령이 선거풍토쇄신과 정치개혁을 전제로 조건부 '중대결심' 의사를 천명한 것도 바로 그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중대결심'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대선자금정국을 정치개혁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결심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김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대선자금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정치개혁의 당위성과 미래지향적 국정운영의 절박성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한편 야권에게는 소모적 정쟁중지와 국회차원의 정치개혁 입안을 단호한 어조로 주문하며 정면대응을선언한 셈이다.

일단 야당이 이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국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있지만향후 정치상황에 따라서는 김대통령의 '중대결심'이 행동으로 구체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정국의 휘발성은 매우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