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어제 서울대 게시판에는 "제자를 성희롱하고 다시 명예훼손혐의로 뒤집어 씌우려 한 비열한 교수는 교단을 떠나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그 게시판은 스승으로부터 5~6차례나 성희롱을 당했다는대학원생 제자가 수치를 무릅쓰고 대자보를 통해 지도교수를 고발한 그 자리였다. 사제지간의성폭력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서울대 약학대 구양모교수(50)를 무고혐의로 구속함으로써 그가 저지른 성희롱사건을 검찰이 일단 사실로 판단한 것이다. 세인의 관심을 모았던 '서울대 우조교'사건은 항소심에서 원고가 패소한 걸로 보아 증거없이 주장만 있는 재판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구교수사건은 피해자의 진정에 명예훼손으로 맞대응한 것이 흑백을 가려 준셈이다.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요 자승자박이라 일컫는다. 어느 신문은 이번 사건을 두고 교활한짐승이란 뜻의 '교수(狡獸)'라는 풍자적 단어가 떠오른다고 빈정대고 있다. 성희롱은 동서고금이동일한가 보다. 클린턴 미(美)대통령과 폴라 존스양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성희롱사건도 불원 재판으로 이어질 모양이다. 이 사건은 클린턴의 옛제자인 수잔 웨버 라이트라는 아칸소주 지방법원의 여성판사가 맡고있다. 이른바 스승수난 시대이다. 성범죄는 죄질이 다소 다르긴 해도 많은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그야말로 요물이며 요술이다. 그래서 성범죄는 안들키면 로맨스지만 들키는날엔 가문의 기둥이 흔들리는 스캔들이다. 오늘 아침 서울 을지병원 영안실에는 4년전 성폭행을당한 29세의 영어강사출신 아가씨가 그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고귀한성을 농담으로 다룰 일이 아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