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담화이후 정국 어디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단연 압권은 '중대결심'발언이었다. 야당으로서는 협박으로 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과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인물임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에 야당은"해도 너무한다"며 극도의 흥분감과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치 마주 달리던 기차가 정면충돌할 것 같은 기류다.

그렇다면 정국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김대통령의 난국탈출은 성공할 것인가. 국면전환의계기를 마련할 것인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일단 김대통령은 정치제도 개혁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중대결심이 대선 제도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이라는 추측이다.

얼마만한 효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의 권능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현실적인 파워를 갖고있는 점은 틀림없기 때문에 이를 간과할 수는 없다. 김대통령의 정치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확인된 만큼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의 안정도 필요하다. 자신의 구상을 뒷받침해 줄 세력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당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선개입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야권의 즉각적인 반응만 지켜보면 이제 여야는 그야말로 극한 대치상태로 접어들 것처럼 보인다. 정가에서는 야권의 울분이 조금 삭혀지면 정치제도개혁 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대통령 하야 등 소위 헌정중단요구를 하기 어렵다.이 하야투쟁은 국민들의 요구에 의지할 수 밖에 없지만 아직은 하야요구가 다수가 아닌 듯하고무엇보다 이를 촉발시킬 재야와 학생운동권이 무력한 상황에서 야권이 주도적으로 이같은 흐름을펼칠 수 없는 형편이다.

DJ와 JP도 극한상황으로 내몰고 가지 않을 태도를 취하고 있어 일단 야권의 하야투쟁은 압박차원의 구호에 그칠 공산이 높다.

따라서 여권에 대한 격렬한 공세는 취하겠지만 대규모 장외집회를 통한 시위카드를 택하기는 힘들다. 또 대통령의 중대결심 대목도 야당에게는 부담요인이다. 결국 대선자금 국정조사 및 김영삼대통령 청문회개최, 특별검사제 도입등 대여 압박공세를 강화하면서 6월 초,중순경의 임시국회에서 정치제도 개혁협상에 유리하게 임하려고 할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어느때보다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되고 있다.

야권이 노리는 것은 대략 △대선에서의 여권프리미엄 박탈 △김영삼대통령의 정권재창출노력 포기, 사실상 탈당 유도 △여권 유력주자에 대한 상처입히기 등 세가지로 야권의 대여공격도 이와무관치 않다.

근래 국민들 사이에서 더 이상의 국정혼란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어차피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는 차기정권에서 거론돼야 한다는 얘기들도 적지 않아 야당의 향후 정국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어쨌든 대선자금 문제를 둘러싼 여야대치도 정치제도 개혁법안이 마련되면 일단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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