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빗나간 여중.고생 이대로 둘 것인가

대구지역 중고교에는 지난 95년부터 지금까지 1천4백여명의 학생들이 복학했다. 복학생들중 대부분이 여전히 학교 밖 '어두운 곳'을 기웃거리고 교내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복학생들의 공통점은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열린 교육' '평생 학습'을외치며 '명분'만 앞세웠던 교육부의 정책이 현실 앞에서 여지없이 좌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녔으면 고2가 됐을 박모군(17)은 올 초 ㄱ중학교 2학년으로 복학했다. 복학당일 등교한 것을 빼면 출석한 적이 하루도 없다. 주변 친구들은 박군이 두류공원,성서공단 일대에서 퇴학생들과 어울려 돈을 뺏고 신축공사장에서 본드를 마시며 지낸다고 전했다.또래보다 2년 늦게 ㅎ여중 3학년에 복학한 조모양(16)은 한달을 버티지 못하고 학교를 뛰쳐나왔다. 조양은 무허가 접객업소에서 일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속이 드러다 보이는 옷차림에 덕지덕지 분을 바른 조양은 돈 되는 일이면 '몸까지 팔았다'고 털어놓았다.

ㄱ공고 복학생 정모군(18)은 수업을 마친 뒤 다른 복학생들과 어울렸고 비슷한 처지의 여학생을사귀었다. 정군은 이달초 달서구 상인동에서 여자친구 문제로 권모군(18)과 싸우다 권군을 숨지게했다.

생활지도 선생님조차 이들을 어쩌지 못한다. 교육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ㄱ중 3년 이모군(17)은 얼마전 국어시간에 '자퇴'라고 적힌 쪽지를 선생님한테 던지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수업을 하던 교사는 어떤 대응도 하지 못했다.

이 학교 전모군(16)은 "복학생 형이 '선생님 때문에 학교에 못다니겠다'고 하면 선생님도 '네가무서워서 학교에 못나오겠다'고 응대했다"고 말했다.

복학생들이 특히 많은 실업계 ㄱ고교는 상황이 다르다. 해마다 15명 안팎이 복학을 하자, 생활지도 선생님들은 '조그만 잘못'에도 복학생들을 가혹하게 처벌을 한다는 것.

가출하면 담당교사가 한달이든 두달이든 아이를 찾아나선다. 학교에 돌아오면 또 엄하게 체벌한다. 초강경 조치에 복학생들은 웬만하면 숨을 죽이고 지낸다.

비행청소년들의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다스린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 학교학생주임은 "심하게 때리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내버려두는 것보다 훨씬 낫다. 보복이 두려울 때도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행청소년들에게 사회적응을 시키겠다던 교육부의 거창한 구호는 학교에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복학생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 없이 명령만 내렸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오늘도 '포기'와 '폭력'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직4년 째를 맞는 ㄱ공고 김모교사(여)의안타까운 호소다.

〈金炳九.全桂完.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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