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위원회가 3일 우여곡절 끝에 2차개혁과제에 대한 청와대보고를 마쳤다. 금개위는 2차 개혁과제를 당초 지난달 26일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재경원의 요청으로 두차례나 연기된끝에 이날 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 보고가 두차례나 연기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2차 개혁과제는 재경원과 한국은행, 금개위3자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논쟁의 핵심은 중앙은행제도 개편 및 금융감독체계 개선방안.
금개위는 중앙은행제도 개편방안으로 중앙은행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통화신용정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한은의 최고의사결정기구가 되고 금통위 의장이 한은총재를겸임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금융감독체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총리실 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각종 법령의 제·개정 및 금융기관에 대한 인·허가권을 부여하는 한편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감독권은 한은에 남겨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개편방안중 중앙은행제도 개선에 대해 재경원은 일관되게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통화정책은 정부의 행정권인 만큼 공법인인 한은에 이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헌법에서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한은은 정부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경원이 금통위에 대해 의안제안권을 갖고 재경원 차관의 금통위참석 및 발언권을 보장하더라도 금통위의 결정에 대한 재경원 장관의 재의(再議)요구권 및 대통령의 최종 결정권을 명시하지 않은 금개위의 안은 위헌소지를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재경원의 이같은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에 따라 재경원은 재경원 차관을 금통위의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시키고 재경원 장관의 재의요구권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의제·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재경원은 또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중 한은에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감독기능을 남겨두는 것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재경원이 행사해오던 각종 권한을 포기할 수는 있으나 한은에 감독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경원은 금개위의 개편방안을 일부 수정, 법률의 제·개정권과 금융기관 인·허가권등 금융정책 총괄업무는 재경원이 계속 수행하되 금융감독업무는 금감위로 이관하거나 아니면 이모든 권한을 금감위로 넘기고 한은으로부터도 감독권을 완전히 분리한다는 두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방안은 그동안 2차 개혁과제에 대한 공식입장을 유보해온 강경식 부총리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회에 제출되는 금융개혁 관련 법안은 금개위의 보고내용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은 한은이 그동안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공언해온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또 한차례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은 금융개혁 관련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당초 방침에 따라 다음주중 법안의제·개정작업을 마친 뒤 오는 23일께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가 92년 대선자금과 정치개혁법안 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결국면으로 전개될 전망인데다 신한국당이 금융개혁 법안의 임시국회 통과에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않아 정부의 이번 임시국회 처리 방침이 성사될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이번 임시국회가 아무런 결말없이 금융당국과 한은간의 깊은 불신의 골만 남겨놓았던 지난 88년과 95년의 이른바 1·2차 한은법 파동의 재판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鄭敬勳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