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관위 개정의견과 입법화 전망

중앙선관위가 4일 발표한 선거관계법 개정의견은 한보사건을 계기로 극에 달한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혁신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선관위가 개정의견을 내놓은 정치관계법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정치자금법 △정당법등 3개법안으로 △여야정치권의 비대한 선거조직 및 선거관련 행사의 과감한 축소 △사조직 등위법성 시비가 있는 조직 명시 △불법자금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 △지정기탁금제의 배분비율 조정 △모든 정치자금의 창구 단일화 등이 특징이다.

문제는 선관위의 이같은 혁신적인 안을 정치권이 어느정도까지 수용하겠느냐는 점이다. 선관위가법개정의 주체가 될수 없는 만큼 정치권이 이를 받아 들이지 않으면 그야말로 '의견' 그 자체로끝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선관위 개정의견중 일부는 현실성이 없으며 현재 정치권의 입장과 배치되는 측면도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을 통해 후보자및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민법상 친족을제외한 제3자에게 선거일 1백80일전부터 경조사비및 찬조금을 주지못하게 했으나 비공개성 기부에 대해서는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전국구 의원과 비례대표 시·도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정보고활동은 물론 지역구의원의 경우도 선거일 90일전부터 의정보고를 금지토록 한 것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도 예상된다.게다가 각 후보자로 하여금 선거일 1백80일전부터 선거기간 개시일까지의 각종활동비를 선관위에신고토록 했으나, 정부가 추진중인 금융실명제 완화방안과 다소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정치권의수용 가능성은 역시 미지수다.

특히 선관위 직원에게 위법선거 행위가 있는 장소에 대한 출입권, 질문조사권, 자료제출권등을 부여할 경우 검찰등 수사기관의 반발이 예상되며, 후보자의 병역및 금고이상 수형사실에 대한 공개문제는 사생활보호와 전과기록삭제 추세에 역행할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정기탁금을 2개이상 정당에 배분토록 하거나 1개 정당만을 지정할 경우도 70%%만 지급하고30%%는 국고보조금 배분비율에 따라 균분함으로써 형평성을 꾀하고자 했으나 여당측의 불이익을 담보로 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이같은 난관을 예고하듯 신한국당은 이날 이윤성대변인 발표를 통해 "정당의 후원금과 당비도 모두 세금혜택을 받고 있는데 당비도 여야가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냐"고 반발했다.또 국회의원으로 당선뒤에만 구성이 허용되던 후원회를 모든 선거후보자에게도 허용하되 후원금을 선관위에 신고토록 한 안의 경우도 성실신고를 기대하기 어렵고 후원회 난립으로 인해 정치자금의 과포화상태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불법자금의 유입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각 정당의 읍·면·동 연락사무소를 폐지토록하는 방안은 의정활동 기반을 송두리째 없앨 소지와 함께 지역구의원제도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가능한 문제다.

그러나 그간 고비용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던 옥외대중집회를 폐지하고 한정적으로 옥내집회만을인정한 것이나 자원봉사자에 대한 대가및 유급선거운동원에 대한 초과비용 지출사실이 있을 경우금액의 50배를 선거비용에 산입키로 한 것은 정치권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또 선거비용 수입·지출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법정비용의 2백분의 1을 초과할 경우 국고보전비용을 전액 몰수하는 것도 형식과 내용면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밖에 후원금의 한도를 평년에는 △중앙당 3백억원(현행 1백억원) △시·도지부 25억원(10억원)으로 늘리고 선거연도는 △중앙당 6백억원(3백억원) △시·도지부 50억원(30억원)으로 현실화함으로써 정치자금의 숨통을 열어준 것은 정치권의 환영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사조직에 대한 조항을 신설, '특정후보를 돕거나 도울소지가 있는 연구소 후원회 향우회 동창회 조기축구회등 동호인모임과 정당의 외곽단체'를 사조직으로 정의, 설립을 금지하고 이들의 비용을 불법자금으로 처벌토록 한 것은 과열선거 방지차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관위는 이번 개정의견이 법제화할 경우 우선 선거운동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 막대한 선거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선관위가 마련한 개정의견이 반영될 경우 여야 각 정당의 일선조직을 통해 자행되던 불법선거운동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면서 "정확한 액수를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선의 경우 최소한 2백억원 이상, 총선의 경우 5억원이상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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