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가마니 5원하던 시절에 책 한 권을 10원에 살 만큼 책이 귀하던 때가 있었지" 40여년간시청앞 신라서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정운복씨(68). 6·25전쟁이 끝나고 모든 물자가 귀했던 시절이었지만 유독 책값이 비쌌다고 한다. 백과사전 1질을 사려면 소 한마리를 팔아야 했던 시절."전쟁통에 내려왔다가 눌러앉은 이북사람들이 동인로터리 부근에 좌판을 벌이고 헌책을 팔기 시작한 게 시청앞길 헌책방의 시조격이야" 좌판장사들은 경북고등학교, 대구상고, 사대부고 학생들이 걸어서 통학하던 현재의 시청앞길로 점차 모여들었고 정씨도 59년부터 현재의 신라서점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각종 전기기구를 다루는 가게가 주종이지만 당시만 해도 헌 양복가게, 구두방, 헌 책방들이 길 양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나마 헌책도 돈이 없어 못 사는 학생들이 많았지. 1주일이 넘게 매일 들러 선 채로 책을 다읽고 가는 학생들도 있었고…" 도난사고도 심심찮게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책도둑은 도둑으로 취급않는 미덕이 통했다고 한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사다리에 올라가 감시를 전담하는 직원도 따로있었다. 그렇게 책이 귀했던 탓인지 옛날 책일수록 낙서가 없고 보존상태가 깨끗하다. 책을 함부로 다루고 그 가치를 모르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는 정씨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세월이 흐르고 책은 닳아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절대 낡지 않는 법인데…"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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