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권후보들중 올해만큼 언론에 의해 사전 공개 검증을 집요하게 받아본 후보들도 없을 것같 다. 정치가 선진화된 탓이라기 보다는 평소 드라마 하나까지 한번 경쟁이 붙으면 똑같은 시간대 에 그게 그것같은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내걸고 피나는 시청률싸움을 하는 TV매체들의 근성덕 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지만 어쨌거나 국민들로서는 후보,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어느 정도 샅샅 이 간접 조명해볼 수 있었다.
대권예비후보들에 대한 TV토론은 미국의 경우 1960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시작됐다. 물론 그 이 전에도 매스컴이 후보들의 정치적역량 검증외에 스캔들과 사생활까지 폭로, 투표한번 못해보고 나가떨어지게 한 예는 숱하게 많았다. 후보캠프의 분석가들은 출연중 입가에 땀이 맺히거나 면도 를 제대로 안하고 나왔다가는 승리에서 멀어진다는 사소한 사실까지 분석하고 대비한다. 에드머스키 같은 후보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된 뒤 떨어져 나간 경우다. 그때 그 는 그 눈물이 그야말로 진짜 눈송이가 녹아서 내린 '눈물'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지 회복에 실 패, 후보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했다. 이미지 뿐 아니라 순전히 언론의 폭로와 검증에 의해 대권주 자에서 탈락한 예도 많다. 죠셉 바이든 상원의원 경우처럼 대학재학중 저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 은 채 논문 5쪽을 베낀 하찮은 사실하나 때문에 정치 생명이 끝난 경우도 있다. 테드 케네디 후 보는 하버드 대학 시절 친구에게 스페인어 과목시험을 대신 봐달라고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후보 를 사퇴, 탈락해야했다. 부인이 각성제를 복용했다거나 동성연애자 파티를 열었다는 스캔들에 휘 말린 후보도 고배를 마셨다.
언론의 이빨앞에서 온전히 살아남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것은 언론 이 변덕스럽고 잔인하다기 보다 대권후보만큼은 정치역량만이 아니라 철저하게 모든 인간적인 구 석까지 검증되고 노출되고 추적돼야 한다는 공익에 대한 책임 쪽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근 달포 가까이 계속된 TV후보 토론에서 우리 나라 예비 후보들은 대학시절 논문을 베껴먹거나 동성연애를 한 건달이 아니어서인지 낯뜨거운 스캔들이 부각된 경우는 다행히 없었 다. 그러나 작은 스캔들이 없었다고 모두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제대로된 인물들이냐는 데 는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
순간순간 궁지에 몰릴 때마다 말을 바꾸는 짓이나 지구당을 돌며 돈 봉투를 뿌리고 다니는 것은 논문 몇 줄 베껴 쓰고 대리시험 부탁한 학창시절의 실수와는 비교될 수 없는 부도덕이기 때문이 다.
정치선진국이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돈 봉투 얘기조차 그냥 떠내려 간다. 여당의 후보선거관리위원장이란 사람은 "지나간 행위에 대해서는 내규가 없기 때문에 묻지 않겠다"며 발을 뺐다. 여당의 내규가 정치도덕이나 양심 보다 우선 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이렇 게 되면 TV 토론과 공개검증을 백번을 하면 무얼 하느냐는 불신만 남게된다. TV 카메라 앞에서 는 온갖 교언영색의 얼굴을 보여주고 뒤로는 돈 봉투를 돌리는 야누스의 얼굴은 언제쯤 깨끗이 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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